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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Oct 12. 2024

와이프를 보며 느끼는 이상한 감정..

새로운 감정


2013년 와이프와의 첫 만남.

그리고 2019년 결혼.



우리는 연애 12년 차, 그리고 결혼 5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장기 연애로 서로의 모든 모습을 다 본 우리였지만 결혼 후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 그런다. 결혼이란 이런 것이라고.

"여자친구랑 정말 재밌게 잘 놀았는데, 여자친구가 집에 안 가.."



결혼 전에는 서로 하하 호호 웃으며 재미있게 놀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면, 결혼 후에는 하하 호호 재미있게 노는 것까지는 같지만, 그 이후의 시간까지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 와이프의 모습들,

무엇이 있을까.



결혼 전에는 와이프에게는 코딱지라는 것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얘도 사람이더라. 검지를 두 바퀴 돌리고 목적물을 낚아채 비비는 스킬까지 제2의 김북꿈을 보는 줄 알았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아니 이런 얘기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와이프는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웃음도 헤프고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른들에게도 싹싹하며 타인에게 좋은 감정을 전파하는 요상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가끔 내가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있으면 옆에 와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는 스트레스받지 마. 돈이야 다시 벌면 되잖아."



라며 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던 친구다.



그 근심 걱정이 지 때문인지도 모르고. 억만금을 줘도 너의 마음을 완전히 가질 순 없다며.



어쨌든, 와이프에게는 이렇게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줄 알고 살아왔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보 나 왔어."

털썩.



집에 돌아오면 와이프는 늘 기진맥진이다. 하루 종일 숫자를 다루며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 안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얼굴을 보면 지쳐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끔은 말수도 없어지고 근심 가득한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남편인 나에게만큼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기특한 와이프다.



그러다 밤 10시도 되지 않아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와이프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방 문을 닫고 나오며 속으로 생각한다.






'개꿀.. 육퇴.'





조용히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 책 냄새가 가득한 작은방으로 향한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독서를 하다 생각에 잠긴다.



분명 연애 때는 밝은 모습만 가득한 친구였는데 결혼 후 현실이라는 것에 조금 지친 걸까. 서로의 모든 시간을 공유하다 보니 연애 때와는 다르게 밝음 이면의 숨겨진 모습도 보게 되는듯하다.



캔맥주로 적당히 목을 축인 뒤 자고 있는 와이프 옆에 가서 눕는다. 자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이상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맙기도 하다. 나란 사람 하나 믿고 나에게 와준 와이프에게 더욱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불을 걷어 차고 설명할 수 없는 요상한 자세로 자고 있는 와이프에게 측은함이 느껴진다. 이불을 덮어주고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다.



설렘 대신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측은함이 가득 채워진 알 수 없는 이 감정은 대체 뭘까.


.

.

.


사랑이다.

이게 사랑인 건가 보다.



와이프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배우고 있다.

뜨겁지는 않지만 뜨뜻한 온기가 있는 그런 사랑.



자고 있는 와이프의 손을 쓰다듬다 손에 입을 맞춘다. 냄새도 한 번 맡아본다.



킁킁.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는지 손에서 발냄새가 난다.  



"안 자고 뭐해? 왜 이렇게 쓰다듬고 뽀뽀하고 난리가 났어? 지금 이 시간에 뭐 하자는 거야..?"



내 수상한 행동에 잠에서 깬 와이프가 음흉하게 웃는다. 무섭다.



"아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다시 자 줘. 눈 감아.."





이 뜨뜻한 사랑의 감정은 참 이상하다.

와이프가 잠들어 있을 때만 솟구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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