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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ul 05. 2024

준노년세대(60~75세),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

빵틀 같은 노인일자리 정책은 준노년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수요일(7.3.), SnL(Senior Life) Campus 모임에서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본부장을 모셨다. ‘퇴직자를 위한 시책 제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언을 받기 위해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본부장은 우리 모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었다. 혼자 듣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SnL 캠퍼스에 초청하고 싶었다.     


1시간 강연에 30분 정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회원들은 집중해서 듣고 메모를 했다. 나의 노트도 아홉 페이지나 채워졌다. 본부장은 퇴직이 7년 반이 남았다고 한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 이름도 슬쩍 공개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본부장의 경험과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존경심이 생겼다. 

    

  본부장은 ‘삶의 주기’ 구분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간단한 도표를 가지고 왔다. 기존의 장년기(30세~60세)와 노년기(60세~70세) 사이에 새로운 준노년기(60세~75세)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노년기는 75세에서 90세로 밀렸다.    

 

지금의 ‘준노년기’는 흔히 이야기하는 ‘마처세대’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다. 본부장은 이들을 ‘외로운 세대’라고 표현했다. 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아직 쌩쌩하게 활동할 수 있는 노동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본부장은 지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는 새로운 활동기를 맞이한 준노년세대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틀에 맞춰진 일자리 유형을 보여주며 ‘이것 중 고르세요,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으로는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퇴직자(60년대생이 무려 860만 명이라니!)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본부장은 새롭게 직업이 창조되는 분야를 소개했다. ‘한국소비자원’과 연계한 과장광고 신고 사업,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사업도 있다. 특수학급에서 장애 학생 도우미 사업의 내용과 시행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부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우리 동네 ESG 사업’도 언급했다. 동서대학교와 협업해서 민간자격증인 ‘환경도슨트’ 과정도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직업의 창조, 흔히 ‘창직’이라고 부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 자조적인 동아리 또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법인으로 등록시킨다. 자격을 갖춘다면 국비 지원을 받는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 협회나 단체를 조직해서 민간자격증을 발급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다.     


  본부장의 강연 중, 내게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본부장은 20년간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퇴직자를 만났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말해줬다. 기본적인 재력을 갖춘 퇴직자가 해외여행, 골프, 등산 같은 취미와 여유를 즐기다가 65살 정도 되면 변곡점이 온다고 한다. 자녀가 결혼하게 되면 집을 떠나고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퇴직자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때 연금만으로 해결 안 되는 무엇인가가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했다.     


본부장은 이것을 인정감, 사회적 역할, 관계력의 부재라고 표현했다. 이 문제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사회적 역할과 관계 속에서 인정감을 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탐색하며 방법을 찾고 시험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본부장의 경험을 듣고 매우 놀랐다. 주변에는 30년, 40년 일했으니 이제 좀 쉬고 싶다, 고 이야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들이 70세에 생명을 다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만약 건강한 모습으로 80세를 넘긴다고 하면 양상이 달라진다. 2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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