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모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 AI, 건강, 걷기, 재가복지, 방과 후 교실, 부동산, 노인 교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한 달에 한 번 강연을 계속 들었다. 광주 빛고을 건강타운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에는 금융전문가를 모셨다.
시중 은행에서 자산관리 전문가로 20년 이상 근무하다가 현재는 대학교에서 겸임교수와 함께 각종 금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청했다. 인생 후반부의 금융 상식에 대한 통찰력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1시간 10분 강의와 질의응답이 20분, 도합 90분 동안 열정을 다해서 강의를 해줬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대학교 강의 평가에서 몇 년간 탑 10안에 들었다고 귀띔해줬다.
강사는 은퇴준비 3대 화두로 돈, 일, 관계를 내세웠다. 금융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은 역할을 찾게 해 주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만들며, 일을 하면 건강도 따라온다. 가장 중요한 건 소득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이다.
차이나는 노후를 만드는 5가지도 강조했다. 정년에 얽매이지 말자. 재취업시장에 적극 참여하자. 더블케어(부모 봉양과 자녀 봉양) 지출을 최소화하자. 50대에는 저축을 강화하자. 마지막으로, 연금을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하자.
총론보다는 나는 각론에 집중해서 메모했다.
주식으로 치자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B, 신한금융 등 묵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아남는 그룹에 투자를 하라는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우리나라가 부도날 확률이 높은가 아니면 삼성전자가 망할 확률이 높은가, 하고 되물었다. 3,500억 불을 선금으로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면... 끔찍하다. 방향성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금융기사를 읽는 일이다.
절대 올인하지 말라고 말했다. '욕심은 패망의 선봉, 빚내서 하는 투자는 금물' 주식계좌에 현금 20%를 가지고 있기가 쉽지 않다. 욕심 때문이다. 강사의 말을 듣고 나의 계좌를 한 번 더 살펴봤다.
세상이 평안하면 금 가격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 세상이 어떤가? '관세'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고, 전쟁과 테러가 단 1초라도 끊긴 적이 있던가?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과 폭우, 태풍, 산불은?
ETF도 강조했다. 시간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매달 지속적으로 조금씩 사는 게 좋다. 강사는 자신의 딸에게 가르쳐줬더니 아주 재미있어하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자녀들에게 경제공부를 못 시킨 게 아쉽다. 그럴 수밖에, 내가 모르니.
위에 말한 모든 것을 상쇄시킬 만한 중요한 내용이 있다. 바로 '블랙스완'의 등장이다.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 같이 불안한 경제환경, 세계정세, 기후 위기에는 언제 블랙스완이 등장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떠올려 보자. 21세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강사는 5일 동안 폐쇄되는 주식시장을 앞두고 이미 이익이 난 종목을 대거 처분했다고 한다. 5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는가? 미국이 셧다운 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협상은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 국내 정치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어떤 식으로 대화가 재개될지 아니면 더욱 막힐지 알 수 없다. 이런 모든 상황이 반영된 증권거래소 시장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강사는 리스크를 관리한 것이다. 강사가 연휴 시작 전 주식일부를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내 삶의 위기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연휴 동안 경제, 정치, 사회 뉴스를 좀 더 챙겨봐야겠다. 책도 읽을 것이다.
#한번읽은책은절대잊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