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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막바지 단풍구경 갈 만한 곳

주말에 갈만한 서울, 경기도 단풍구경 장소

by 책읽는 아빠곰

아이와 함께 막바지 단풍구경 갈만한 곳 정리 (서울, 수도권)



집에 있다 보니 주말 나들이 계획 짜는 것도 내 몫이다.

원래는 아니어야 되는거 아닌가?

살림하는 사람은 집안일에 전념하고,

바깥 일 하는 사람이 주말에 어디 놀러갈까 생각도 해 보고 그러는거 아닌감?


어쨌든 이미 많이 알아봤으니 아까워서라도 기록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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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울시내에서는 창경궁남산,

공원으로는 서울숲, 노을공원, 푸른숲공원홍릉수목원 등이 있겠다.

서울 사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서울은 시내에서도 아이 데리고 갈 만한 공원이나 캠핑장, 체험이 가능한 시설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부러울 때가 많다.


아이와 함께 하는 단풍구경은 어른의 단풍구경처럼 100% 제대로 볼만한 곳을 찾아 멀리 나가거나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산으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으로 나가서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색색깔 나뭇잎을 주워 두꺼운 책에 끼워 놓았다가 나중에 단풍잎 놀이를 하고 놀면 되지 않을까?


우리 아이는 꼬꼬마 때부터 봐주시던 이모님께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봄이면 꽃반지 꽃팔찌, 가을이면 나뭇잎 주워 책갈피에 꽂아 말렸다가 놀이하는 걸 매년 해 주셔서 으레 가을이면 나뭇잎을 주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낭만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다.

낭만 효과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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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경기도.

경기도는 의외로 예상치 못한 깜짝 장소들이 있다. ㅎㅎ


예를 들면 에버랜드 옆 호암미술관 희원이나 한국민속촌이 그렇다.

테마파크로써의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인데, 사실 수도권 남부에서 접근성이 좋으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들이다.


희원은 봄철 호수에 비친 벚꽃으로 유명한데, 가을에도 애 업고 짐도 메고 산을 넘나들어야 하는 에버랜드 말고, (주말에 에버랜드 가면 아빠들이 힘들어요..) 호암미술관과 희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도 아이 어릴 때 몇 번 갔었는데, 항상 한적하고 아이들 위험요소도 적은 편이라 가볼 만하다.


민속촌은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데, 개인적으로 베스트는 가을이다.

한국민속촌은 사실 우리 또래에게는 수학여행 때 한번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요즘 적극적인 마케팅과 SNS 홍보를 통해 핫한 관광지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마케팅으로 되살아난 한국민속촌 사례는 HBR에 나와도 될 정도.(라고 나 혼자만 생각하고 있다)


민속촌은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데, 개인적으로 베스트는 가을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은행잎이 떨어지면 발목까지 찰 정도로 은행나무의 노란 빛이 아름답고 군밤 굽는 냄새, 낙엽 태우는 냄새 같은 후각 자극에다 호박엿, 뻥튀기 같은 전통 간식거리는 다른 과자류에 비해 그나마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사줄 수 있는 것 같아 더욱 좋다.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만들어 놓은 장터는 예전 뜨뜻~한 한옥집 방안에서 먹는 것이 훠~~얼씬 좋았다고 생각.

요즘 2학년 통합교과 가을 수업시간에 나뭇잎으로 하는 수업도 있던데 나뭇잎 주울 겸 해서 가면 좋겠다.

가까운 거리에 경기도어린이박물관도 있으니 훌륭한 하루 나들이 코스가 된다.


서울대공원도 놀이공원, 동물원 나들이와 단풍 구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을 테고, 용인에 위치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숨겨진 명소인 와우정사도 주말에 나들이삼아 다녀올 만하다.

와우정사 근처에 괜찮은 식당들이 많았는데 이름은 다 기억이 안 난다. 검색해 보시길.




경기도 북부로 가면 워낙 좋은 곳들이 많지만 아이와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장흥아트파크, 소요산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단풍으로 유명한 소요산은 주차장부터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도 단풍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조금만 올라갔다 와도 단풍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가평 남이섬도 단풍 구경하기에 아주 좋다.

남이섬이야 워낙 유명하고 다들 가본 곳이니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가능하다면 남이섬 내 숙소를 예약해서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뒤의 호젓함을 즐겨 보면 더 좋겠다.


가평은 남이섬 외에도 가볼만한 곳이 참 많은데 단풍으로는 명지산이 유명하고 아이가 어리다면 아침고요수목원도 둘러볼만하다.


요즘은 고속도로도 뚫리고 경춘선 전철이나 ITX청춘 열차를 이용하면 되니까 예전에 길 막히면 답이 나오지 않던 때에 비해서는 접근성이 엄청 좋아졌다.


가평역에 도착해서 주요관광지를 순환하는 가평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같은 여러 관광지를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가평 시티투어버스는 서울, 부산과 같은 큰 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시티투어버스 중 코스와 운영면에서 최고수준이다. 역과 터미널 여러 곳에 들르기 때문에 미리 코스와 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음.. 그리고 우리가 가본 곳중에 괜찮았던 곳을 꼽으라면 양평 용문사가 1순위이다 ㅎㅎ

작년 가을에 갔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주변에 펜션들도 많고 가을에는 어렵지 않게 방을 잡았던 것 같다.

다만 주차장부터 용문사까지 걸어올라가는 거리가 꽤 되니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걷는 것을 힘들어하면 좀 곤란하다.


용문산이 좋은 이유는 한국적인 등산의 핵심을 길지 않은 코스에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기에 용문산이 좋은 이유는 한국적인 등산의 핵심을 길지 않은 코스에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ㅎㅎ


무슨 말인고 하니,

주차장과 상가, 산채음식 파는 식당들, 알록달록한 옷을 차려입은 등산객들, 조금 멀고 힘든 듯 하지만 용문사까지 올랐을 때의 성취감, 휴먼 스케일을 넘는 거대한 은행나무의 위용, 산사의 배치 같은 것들이 아이에게는 '한국에서 산에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서 그렇다.


마찬가지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코스이다.

동두천 소요산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소요산의 메인 컬러가 빨간색이라면 용문산은 노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노란 물이 늦게 드는 편이고, 지난주까지는 물이 들지 않았었다고 하던데 이번 주 정도면 노릇노릇해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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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상황이나 아이가 먼 길 가기 어려운 댁들은 가까운 공원이나 대학교 캠퍼스에 나가 볼 수 있겠다.


색깔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찬바람이 불면서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추운 겨울 날 채비를 하는 나무들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고

바싹 말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고, 떨어진 나뭇잎을 분수처럼 던져 올릴 수도 있고, 예쁜 나뭇잎들은 주워서 책갈피에 꽂을 수도 있고, 놀 거리는 무궁무진하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나는 빨간 단풍보다는 노란 은행잎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쭉 적다 보니 다들 가을에 아이 데리고 가기 좋은 곳이지만

이번 주말에 나보고 갈 곳을 선택하라고 하면?


아마도 한국민속촌이나 양평 용문사에 갈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빨간 단풍보다는 노란 은행잎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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