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환절기 때 가끔 감기가 찾아온다. 항상 감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내 몸은 감기에 걸린다. 매 환절기마다 걸릴 것을 알지만, 딱히 걸리지 않기 위해 하는 건 없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내 모습을 감기가 들 때마다 반성하곤 한다. 분명히 환절기만 되면 기침과 콧물, 그리고 약간의 미열을 달고 살면서도 살아온 내내 한 번도 안 걸린 적이 없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어디서든 착용한 그때에는 안 걸리긴 했다. 하지만 하와이 여행을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 걸린 적 없는 감기를 머나먼 하와이에서 걸렸다. 그것도 여름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참 난감했다.
신체적인 감기 이외에도 종종 '마음의' 감기가 찾아오곤 한다. 무기력증, 귀찮음, 졸음 등 부정적인 모든 것이 찾아올 때가 있다. 뭔가 해야 함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유혹에 넘어가서 그것을 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한데, 해야 할 것을 안 했을 때의 후회는 항상 나를 괴롭게 한다. 마음의 감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나를 찾아오곤 한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것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응석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이 정도는 사람들이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그 생각을 그만둔다. 결국 모든 문제는 나로 인해 발생되고 나로 인해 해결됨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몸과 마음 모두 감기에 걸린 날이다. 드물긴 하지만 종종 이런 상태가 되곤 한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집에서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니까 나는 이겨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오늘의 목표는 단지 그뿐이다. 손님이 찾아오는 날이기 때문에 그래야만 하지만, 이 순간은 나의 의지가 많이 개입되어 있다. 굳이 안 해도 그만인 것들을 찾아서 해 볼 생각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을 내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왠지 모든 게 나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칠 때면 항상 따뜻한 차와 재즈 음악, 그리고 책을 펼쳐두고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런 사치를 누려보려고 한다. 안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은 일로 균형을 맞추면 그만이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를 오늘 '모든' 감기에 걸린 김에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삶은 참 어렵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