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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Sep 20. 2018

책 싫어하는 아이, 북스타트하는 법

독서를 위한 기본 조건

"도통 따라와 주질 않아요. 책상 앞에 앉혀놓으면 뭐 해요. 멍하니 책을 들고만 있고, 휘리릭 훑어보고는 다 읽었다고 하고.....  우리 애는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일까요?"


강연을 다니다보면 뒤늦게 독서교육을 시작해보려다가 어려움을 겪는 초등 학부모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주고,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을 다녀도 아이는 심드렁하기만 합니다. 마지못해 책을 들고는 있지만 실제로 읽지는 않습니다. 독서교육의 출발점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거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라

아이가 책을 극도로 싫어한다면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못 읽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못 읽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싫어하는 거죠.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인 겁니다. 따라서 무작정 자기 또래 책을 주면 아이는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아이의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찾으세요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찾아내려면 부모님이 함께 책을 읽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① 아이의 연령보다 한 단계 낮은 이야기 책을 두 권 구한다
    (예) 초등 4학년 아이라면 초등 3학년용 이야기책을 두 권 구한다. 

② 함께 읽는다

③ 부모님이 책을 보면서 독서퀴즈를 낸다
    (단, 핵심 줄거리 위주로 문제를 낸다)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주면 아이는 쉽게 책을 읽어냅니다.

통과 기준은 독서퀴즈 정답률 80%입니다. 

자기 연령보다 한 단계 낮은 책에서 정답률 80% 미만이 나온다면, 그 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책을 아이에게 읽힌 후 다시 독서퀴즈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가 독서퀴즈 정답률 80%를 기록하는 책을 찾아내는 거죠.


찾고 나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초등 5학년인데 초등 3학년용 책이 읽기능력에 맞을 수도 있고, 초등 4학년인데 초등 2학년용 책이 읽기능력에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것이 실현가능한 독서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주5일, 하루 한 시간의 독서시간을 정하세요. 물론 독서가 낯설고 싫은 아이는 저항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아이에게 '우리집 독서 시간'을 받아들이게 만드시는 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읽게 해보세요. 의외로 아이는 크게 반항하지 않을 겁니다. 자기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죠.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시작으로 읽기 레벨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지도법은 초등학생에게 적합힙니다.

멍하니 책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 대충 훑어보고 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진짜 독서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말입니다.


초등 독서 지도에 있어서 읽기능력에 맞는 책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입니다. 읽기능력에 맞는 책이라야 비로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서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루 한 시간 우리집 독서 시간 운영하기


주 5일, 하루 한 시간 자기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읽게 되면 아이는 큰 고통 없이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충실한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언어능력이 향상됩니다. 이때 두 가지 원칙을 세워 지키시면 보다 확실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의 독서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으세요. 아이의 집중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겁니다. 


② 아이에게 읽을 책을 직접 고르게 하세요. 아이가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은 독서교육의 기본입니다. 아이 스스로 흥미가 가는 책을 고르기 때문에 독서 충실도가 훨씬 더 올라갈 뿐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나 언어능력이 올라가면 아이 스스로 한 단계 높은 책을 고르게 될 것입니다. 


이 방법을 제대로만 진행하면 대부분의 경우 3~6개월 안에 자기 또래 책을 술술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절대로 읽으려 들지 않는 고집쟁이들도 있으니까요. 초등 3학년 명빈이가 바로 그런 아이였죠.




이야기책 도입부 읽어주기 


명빈이는 책을 정말 싫어하는 아이였습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 3학년인데 초등 1학년용 책을 읽고도 내용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영유아기 시절 그림책 읽어주기와 초등 저학년 시절 스스로 읽기를 도외시한 결과입니다. 책이 낯설고 어렵기만한 아이들이죠.


저는 명빈이를 위해 초등 1학년용 이야기책을 일주일에 한 권 읽는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책의 초반 1/3을 매일 반복해서 읽어주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이가 더 읽어달라고 조르더라도 1/3 지점 뒤쪽은 읽어주지 말라는 당부도 드렸습니다

도입부 읽어주기는 아이의 독서 훈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야기란 대체로 주인공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잘 해결되면 해피엔딩이고, 그렇지 못하면 새드엔딩이죠. 일단 주인공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잘 이해하기만 하면 아이는 그 다음을 궁금해하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호기심이 생긴다는 것은 아이가 책의 핵심 맥락을 파악했다는 것, 이야기의 뒷부분을 자발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읽기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스스로 읽어서는 도입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뒷 부분이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책의 초반 1/3을 읽어주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 발생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호기심이 발생하는 지점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는 거죠.



뒷부분은 아이 스스로 읽게 합니다.


이야기책의 1/3을 읽어준 후에는 40분 동안 뒷부분을 혼자 읽게 합니다. 


40분 동안 책을 읽고 나면 오늘 읽은 부분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는 읽은 부분의 내용을 잘 아는가를 확인한다기보다는 아이의 소감이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놓고 함께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같은 책의 초반 1/3을 읽어 주고, 뒷부분을 40분 동안 혼자 읽게 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 동안 반복하는 거죠. 그리고 7일째 되는 날에 독서 충실도 테스트를 합니다. 10개가량의 핵심 질문을 던져 아이가 얼마나 맞히는지 점검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일주일 동안 반복하는 이유는 도입부의 내용, 문장의 흐름을 더욱더 확실하게 인지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일주일 동안 같은 도입부를 반복해서 읽어주면 설사 뒷부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입부만큼은 세세한 표현까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알게 됩니다. 이렇게 두 권을 읽으면 두 개의 도입부를 확실하게 파악하게 되고, 세 권을 읽으면 세 개의 도입부를 확실 하게 파악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초등 저학년용 책의 호흡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의 문장은 유아용 그림책의 문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자세합니다. 독서 훈련이 거의 안 돼 있는 아이는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의 문장 밀도를 버거워하는데, 도입부를 반복해서 읽어주면 초등 저학년 동화의 문장 밀도에 적응하게 돼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효과는 도입부의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그 이야기에 익숙해진다는 점입니다. 일주일간 같은 도입부의 내용을 듣고 그 뒷부분을 반복해서 읽는 과정에서 스펀지에 물감이 스미듯 이야기의 내용과 분위기에 친숙해집니다.


읽고 이해하는 과정만 충실하다면 아이의 읽기능력은 금세 자라납니다.


1학년용 책 4~5권을 연이어 잘 읽어내면 2학년용 책으로 넘어 갑니다. 같은 방식으로 2학년용 책을 극복하고 3학년용 책으로 넘어갑니다. 명빈이의 경우 3학년용 책을 잘 읽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는데, 이 정도면 나름대로 빨리 극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책을 싫어하나요? 

책을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이의 읽기 레벨에 맞는 책으로 북스타트를 실행하세요. 우리집 독서 시간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세요. 3~6개월이면 자기 또래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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