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감정을 디자인한다

by 소소

책에서 배운 간접경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배운다. 타인과의 관계 경험으로 느낀 감정들로 내면이 성장을 하기도 한다.

난 어떤 경험들로 감정을 디자인했을까?

사춘기 때의 일이다.

여고시절을 병마와 싸우며 지내던 난, 가출을 한 경험이 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도 주말이면 장애우들이 있는 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매우 추운 겨울이었다.

세탁기가 없는 시설은 이불을 커다란 대아에 넣고 발로 밟아가며 빨아야 했다. 나의 발은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감각을 잃어갔다.

힘든 빨래를 마친 우리는 장애우들과 함께 게임도 하였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입가에 침을 흘리며 웃고 있던 장애우의 얼굴이 아련히 떠오른다.

시설의 원장님은 참 아름다웠다.

사춘기 가출의 경험으로 난 봉사의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나의 작은 도움으로 인해 타인의 웃는 모습에서 내가 더 행복할 수도 있음을 깨닫았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예술의 원천을 경험했다.

그날은 계획한 일정과 시간이 여의치 않았었다.

정방폭포를 지나가는 길, 눈에 뜨는 건물이 있어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 보았다.

뜻밖의 미술관을 발견한 것이다.

이왈종 화백의 미술관이었다. 화백의 그림은 핑크빛 커다란 나무 위를 유영하 듯 날아다니는 물고기들과 새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벽면 한가득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받은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그림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은 어린아이 상상력의 동화 같은 그림이었다.

상실의 경험, 이별의 경험, 사랑의 경험 등으로 우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만난다. 수치심을 느낄 때도 있고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고 슬픔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이런 감정들의 경험으로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현재의 슬픔이 고통이 우리를 억누르고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암담함을 가져올 때도 있지만 변주하는 이런 일상의 감정들로 인해 우리는 새로 디자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