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커피

by 소소

한동안 내가 마셨던 커피 원두의 이름은 에디오피아 예가체프이다. 묵직한 맛의 커피보다 산미가 느껴지는 걸 좋아했다.

난 매일 오전이면 커피 원두를 꺼내어 커피콩을 가는 믹서기에 넣고 갈아 종이 필터를 깔아 놓은 도자기 드리퍼에 붓는다.

그리고 끓은 물이 담긴 주둥이가 긴 주전자와 함께 책을 읽는 책상에 가지고 온다.


또르르 떨어지는 커피 물방울 소리는 방 한가득 커피향과 함께 고요한 아침을 깨운다.

책을 한꼭지 읽을 때마다 한 모금씩 들이키는 커피는 정신을 맑게 해준다.

점점 식어있는 커피도 맛있다.

새벽시간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한 리추얼이 되었다.​


몇 해 전의 일이다.

"네가 좋아할 만한 카페가 있어"

베프가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한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북 카페였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커피향은 나의 온몸을 자극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건 책이 가득한 책장들이었다. 커피 쿠폰으로 책은 대여할 수 있었다.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간 자리는 적벽돌로 만들어진 벽난로 앞 창가 자리였다.

그리고 친구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한다.

사장님께서 직접 도자기 드리퍼와 멋들어진 주전자를 가지왔다.


주전자를 들고 드리퍼에 물을 붓는 사장님의 손은 지치지 않는 발레리나의 춤을 보는 듯했다.

우아한 손놀림으로 만들어진 커피는 당연히 나와 친구의 대화를 품격있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커피, 책 이것들만으로도 행복한 날이었다.


그날의 커피가 핸드드립이 아니었어도 분위기와 베프로 인해 최고의 커피맛 이었을것이다.

오전에 나의 리추얼의 시작은 그 때 이후부터였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