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자소서 vol.14
안녕하세요. 직장인 김씨입니다.
오늘도 자소서 컨설팅을 했어요. 첨삭을 할 때마다 저도 배운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그런 느낌적인 느낌.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가르쳐보면 새로운 깨달음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요즘 기획서, 보고서 작성이 잘 안돼서.. 팀장님께 탈곡기에 쌀을 털듯 탈탈탈~~~ 멘탈이 나가는 중. 그래도 어쩌겠습니다. 미생이니, 여러 번 하면서 극복해야지요. 자소서 쓰시는 분들도 저처럼 여러 번 쓰면서 더 배운다는 마음으로 해보시면 좋겠네요. 대신 여러분의 멘탈도 탈탈탈~~ 털리면서 배우는 겁니다.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바로 소제목입니다.
요즘 첨삭하다 보면 소제목 없는 자소서가 없어요. '앞으로 소제목 없는 애들은 탈락!!'이라고 약속한 듯. 여하튼 동의한 적은 없지만, 많이들 쓰니까 한 번 써 보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다들 뭔가 어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쓰는 것 같아요 좀 더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길 바라는, 나 좀 뽑아줘라 라는 메시지를 담아, 인터스텔라의 책장 뒤 아빠처럼 말이죠... 하지만 정작 딸은 모르죠...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모릅니다. 그냥 책이 떨어졌네 하지, 이걸 보고선 우와 새로운 정보군, 이 친구를 뽑아야겠어라고 하긴 어렵죠.
우선 소제목을 쓰는 목적과 이유를 알고, 소제목 작성 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어떻게 해야 해야 잘 쓸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볼게요.
우리가 소제목 쓰는 이유가 뭐죠?
구글링을 해봤는데요, 목적이 2가지 정도가 있더군요.
[1] 글의 내용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2] 더 읽어보고 싶게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이런 이유가 바로 인력 담당자가 자소서를 너무 많이 읽을 테니,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에 비해 읽기 편하게, 읽고 싶게 만들자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들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 보면, [1]은 기본적으로 꼭 포함되어야 하고, [2]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읽기 편하다는 것은 내가 간결하고 정확하게 쓰면 되는 영역이나, 읽고 싶게 만드는 건 자소서 읽는 사람의 관심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라 그렇습니다.
그럼 소제목을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위에서 말한 1,2번을 모두 갖춘 소제목이면 될 거예요. 특히 1번은 무조건 포함되어야 하니, 1번을 중심으로 쓰시고, 2번은 할 수 있다면 하시고 안된다면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잘 쓰는 법은? 잘 쓴 소제목이 너무나 많고, 개인의 글쓰기 방식과 취향 문제라 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은 몇 가지 있어요. 제가 첨삭한 취준생들의 소제목 예시를 가지고 직접 이야기해볼게요.
Don't 1. 느낌적인 느낌 하지 말자.
방금 샤워하고 난 멋진 느낌, 새벽안갯 속에서 막 일어난 감성적 느낌, 파리에 막 도착해 바게트를 본 도시적인 느낌, 러닝머신을 마구 뛰고 온 듯한 뜨거운 열정의 느낌, 중국의 진시황제가 쓰던 고풍스러운 사자성어 느낌, 천 번이 흔들려야 이해가 될 것 같은 어른스러운 느낌, 영어가 가득가득한 있어빌리티 한 말, 제발 Nooooo!!! 과도한 표현이나 추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팩트 중심으로 퐉퐉 찔러주셔야 해요. 예시를 보시죠.
[느낌적인 느낌의 소제목 예시]
- 마케팅 학회에 인공호흡을 하다
- 주마가편, 끊임없이 달리는 말에 더 가야 차게
- 교과서 넘어 실전형 인재로
- 신호 없음으로 만난 00사의 고객 최우선 서비스
- 국내 최초가 아니면 안 된다
- 내 인생 최고의 날, 그 후 2년
- Challenge, Service & Responsibility
늦은 밤 자아도취한 채 썼다가 아침 되면 이불 킥을 할 것 같은 제목들이 여기에 있죠. 무슨 느낌으로 하려는지 아시겠죠? 소제목을 읽고 글이 예상되시나요? 이 글을 읽고 싶은 느낌이 드시나요?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Don't 2. 누구나 다 아는 중요한 내용은 하지 말자.
모든 회사는 열정적이고, 전문성을 지향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고, 도전하고, 배려하고, 소통하고, 팀워크 잘하고, 작은 일도 잘 챙기고, 꼼꼼하고, 늘 개선하는 신입을 뽑고 싶어 합니다. 더 있겠죠? 하지만 거의 모든 회사의 인재상에 한 가지 이상은 들어가는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하다는 것 다 알아요. 근데 소제목에 이걸 쓴다면?! 어떨까요.
'아니 창의적으로 소통 잘하는 친구라니 궁금한데?'
'서로를 챙기는 따뜻한 팀워크를 하는 친구? 굉장하군'
'끝까지 책임감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친구? 요즘도 이런 멋진 친구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관심 있어하지 않.습.니.다.!! 스투핏!!
[너무 당연한 소제목 예시]
- 분석력, 외국어 역량, 커뮤니케이션 역량
- 고객 중심적 사고를 갖고 철저히 분석하기
- ‘소통’을 통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 서로를 보완하는 팀워크로 이뤄낸 결실
- 사소하더라도 내버려 두지 말고 개선하자
- 적극적을 처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다
- 상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할 때, 비로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나의 글에서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경험입니다. 나를 어필하는 곳인데, 왜 남들이 다 아는 중요하고 뻔한 이야기를 하나요. 그러지 맙시다~
Don't 3. 애매모호한 이야기 하지 말자.
이것도 참 많은데요,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은 에둘러 표현한 것들이 여기에 해당해요. 예시를 보면 딱 알 거예요! 대충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정확하지 않은 소제목들입니다.
[두루뭉술한 소제목 예시]
-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끝은 창대하게
- 소리에서 콘텐츠까지, 00가 전달합니다
- 도전하는 순례자
- 수강신청을 창의적으로 새롭게 하다
- 성장의 발판이 된 풍부한 해외여행 경험
- 헬스케어 분야의 플랫폼 기획자
- 우수 인턴으로 수료하며 배운 3가지
- 선배들을 설득하며 키운 협상력
제가 3가지 하지 말자는 것은 결국 소제목의 목적인 이해하기 쉽고, 읽고 싶게 만드는 것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혹시 본인의 소제목을 보면서 위에 3가지에 걸린다면, 일단 지우길 권해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첨삭 시에 일단 소제목 쓰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글자 수 제한이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다 쓰기도 모자라고, 시간이 한정적인데 소제목 뽑기보다는 두괄식으로 글을 쓰는 게 더 낫고, 요즘은 대부분 회사가 자소서를 직접 읽어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 소제목 없다고 안 읽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내용이 적절하지 않으면 점수를 깎길 수 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래도 쓰고 싶다면 먼저 내용에 충실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쓰시고, 그다음에 매력이 느껴지게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쓰고 나서 꼭 아래 3가지 내용 충실성, 정확성, 이해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내용 충실성) 나만의 경험이 담겨있는지
(정확성) 숫자와 같이 정확한 팩트가 담겨있는지
(이해가능성) 소제목만 봐도 이해가 되는지
예시를 하나 들어볼게요.
[소제목 작성 예시]
[1] 기존 소제목 내용
소제목: 마케팅 학회에 인공호흡을 하다
내용: 학회의 인원이 줄어들어 인원을 늘리기 위한 본인만의 노력 (타과생들이 참여 유도하도록 기초 마케팅 정보를 공유하고 마케팅 공모전에 같이 지원할 수 있게 인원을 모집해주는 등의 마케팅 활동)
[2] 새로운 소제목 개선
(개선 1) 인원이 줄어든 마케팅 학회, 비전공자 대상 '마케팅 지식 없이 하는 활동 홍보 및 마케팅 공모전 참가 지원(인원, 노하우 등)'으로 50명 신규 모집
(개선 2) 마케팅학회, 비전공자의 '마케팅 지식에 대한 부담과 마케팅 공모전 참가 희망'을 공략해 50명을 모집
(개선 3) 3개월 만에 신규회원 50명 모집, 마케팅 비전공자에게 '마케팅 지식 없어도 활동하는, 마케팅 공모전 참가 지원하는' 마케팅 학회로 알리기!
이 정도면 충분히 부담스럽지 않고 이해가 되는 소제목이겠지요? 하지만 저도 그다지 잘 쓰진 않네요. 저 또한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회계 과목 가르치는 강사가 CPA 없어도 회계사 강사는 될 수 있고, 사법고시 패스 안 해도 법을 가르치는 강사는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저도 노력은 해야겠으나 약 1.5g 정도 마음의 부담을 덜며 마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