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17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버닝맨에 참여하는 ‘열혈 버너’라는 점이다. 버닝맨은 매년 8월의 마지막 일주일간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열리는 커뮤니티 활동이다. 7만 명의 인파가 황량한 사막으로 몰려와 집과 운송 수단을 만들고 임시 도시 ‘블랙 록 시티’를 세운다.
미래지향적인 기업가들이 왜 원시 상태에 가까운 사막으로 가는 것일까. 저자는 그 비밀을 풀기 위해 2016년 사막으로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여정을 통해 버닝맨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세 가지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첫째, 무한한 자유가 허용되는 실험의 장이다. 버닝맨에서는 아파트 6층 높이만 한 고래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든, 대형 항공기를 분해하고 육지로 끌고 와 조립하든 모든 것이 자유다. 일상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곳에서는 현실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역시 자유로운 상상과 과감한 실험에서 탄생했다.
둘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다. 버너들은 매년 버닝맨의 상징인 높이 12미터의 사람 형상을 한 조형물을 사막 한가운데 설치한다. 2016년에는 자동으로 회전하는 맨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기계 오류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버너들은 개의치 않고 맨을 고정한 채 축제를 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버닝맨의 정신은 실리콘밸리의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
셋째,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다. 보통 축제라면 참가자는 주최 측이 준비한 행사를 즐기는 수동적인 관객에 머문다. 그러나 버닝맨에서는 참가자가 곧 주최자이자 기획자, 공연자다. 식수 공급부터 텐트 설치, 예술품 제작과 컨퍼런스 주최까지 모든 것이 참가자의 몫이다. 전 직원과 최고경영자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역시 구성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도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가가 버닝맨에서 영감을 얻어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머스크는 버닝맨의 자급자족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태양광 발전 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자포스의 토니 셰이는 블랙 록 시티를 본뜬 창의 도시를 라스베이거스에 세워 스타트업 기업가와 소상공인, 예술가 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구성원의 자유로운 실험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공동체. 어쩌면 버닝맨은 실리콘밸리가 꿈꾸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세리 에디터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읽기 - https://www.bookjournalism.com/contents/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