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ournalism #30 《도시화 이후의 도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넓은 공원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근처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교통 체증이 없는 출근길은 여유롭다. 주말이면 광장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쇼핑몰이나 카페, 극장에 가서 돈을 쓰지 않고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 곳곳에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은 이런 이상적인 도시를 꿈꿨다. 평양에서 녹지는 도시화를 막아주는 완충 지대로,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 자산이었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장소로만 알려져 있는 김일성 광장은 주민들의 휴식을 목적으로 설계된 공간이기도 했다. 공장은 밀어내고 편의 시설만 남기는 많은 도시들과 달리, 평양은 일터와 주거 공간이 공존하는 삶을 지향했다.
물론 평양 주민의 실제 삶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양의 도시 계획만은 원대한 이상을 품고 있었다. 평양 설계의 토대가 된 사회주의 도시 모델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빈부 격차 없이 동등한 수준의 삶을 누리는 도시를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저자는 평양에서, 사회주의 도시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화가 끝난 도시들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평양에서 발견한다. 탈산업 시대, 성장을 멈춘 도시를 산업화 시대의 재개발 논리로만 재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동체와 구성원, 생산과 주거가 공존하는 도시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평양은 선진국 도시들처럼 첨단 기술이 도입되는 실험의 장은 아니다. 하지만 평양의 도시 계획에는 공동체와 자생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편리한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반영한 도시다. 저자의 말처럼,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무시하고 기술적으로만 진보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래 도시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삶을 꿈꾸는가. 미래 도시를 위한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곽민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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