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미래의 교육, 올린》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는 시 <학교에서 배운 것>에서 인생의 고작 1할을 학교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는 그 1할마저도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같은 부정적인 것들뿐이다.
시인이 학교를 다닌 1970년대 이후 4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는 인생을 배우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수없이 교육 제도가 바뀌었는데도 지금 학교에서 주체성, 창의성을 배웠다고 말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고등 교육 기관인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대학은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서 취업에 필요한 학위를 받는 기관일 뿐이다.
혁신적인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올린 공대는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올린이 사명 선언문을 통해 제시하는 답은 이렇다. ‘세계의 이익을 위해 필요를 인식하고, 솔루션을 디자인하며, 창의적인 기업에 참여하는 모범적인 엔지니어링 혁신가가 되는 학생을 키웁니다.’
올린이 우리가 들어 본 적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얘기, 학교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는 너무 당연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올린의 차이점은 당연한 명제를 실제로 구현한다는 데 있다. 올린은 학생을 학교의 주인으로 만든다. 학생들은 직접 학교의 제도를 만들고, 수업을 디자인한다.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평가받을지까지 스스로 정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학생들은 교수의 일방적인 수업으로 지식을 주입당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의 코칭을 받으며 각자의 관심사를 탐구한다.
올린은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운다. 지역 사회, 기업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한다. 올린에서 수업의 목표는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논문이든, 제품이든 상관없다. 목표를 세우고, 부딪히고 실패하면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험이 중요하다. 올린의 교육 혁신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는 올린의 교육을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 올린이 교육 혁신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든 방법이자 학생들을 키워 내는 철학이다. 우리가 삶에서 매일 경험하는 문제 해결의 과정과도 닮아 있다. 올린은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꿈을 실현하는 법,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하나 에디터
《미래의 교육, 올린》읽기 - https://www.bookjournalism.com/contents/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