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잠든밤

by 보라의정원

밤이면 피아노가 흐르던 방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천천히 돌고,

건반 하나하나가 별빛처럼 내 귀에 스며들었다.

콩닥콩닥, 심장은 선율을 따라 두드렸고

나는 그 음악을 베고 꿈결처럼 잠에 들곤 했다.

어느 날,

소리는 조용히 사라졌고

작은 연주자는 말없이 멈추었다.

내 안의 클래식도

서랍 속 먼지 쌓인 악보처럼 조용히 접혀 갔다.

시간이 흐르고

피아노는 내 일상에서 점점 멀어졌지만

가끔, 아주 우연히 들려오는

한 줄기 연주곡에

잊힌 감정들이 다시 깨어났다.

어린 날, 은빛 상장을 쥐던 손보다

내 귀가 먼저 음악을 사랑했음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연주는 서툴렀지만,

귀는 언제나 마음 깊은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다 아주 가끔

어디선가 흐르는 꿈 같은 선율에 이끌려

잊혔던 감정이 되살아나

나는 다시 피아노가 숨 쉬던 그 밤으로,

음악을 사랑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

조용히, 천천히 마음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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