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상영관에 꽃이 피면

by 보라의정원

죽음을 앞두면
삶이 한 번 더 재생된다고들 한다.
꺼내 보지 못한 장면들까지
순서도 없이 흘러간다고.


그 마지막 상영관에서
내 기억은 전부 꽃밭이면 좋겠다.


서둘러 살지 않던 오후,
이유 없이 웃다가 배를 잡고 울던 날들,
장난처럼 던진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혔던 순간들.


창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하늘,
햇빛이 유난히 부드럽던 골목,
걷기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길.


행복이라는 말조차 필요 없던 때,
맛있어서 말수가 줄어들던 식탁,
서로의 젓가락 소리만으로
충분했던 저녁들.


아픔은 자막처럼 조용히 지나가고

눈물은 엔딩 크레딧쯤에서 멈추고,
나는 웃는 장면들만
끝까지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불이 켜질 때,
아, 그래도 괜찮았다고
이 삶은
참 예뻤다고
속으로 한 번쯤 말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하루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