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카페하린'이 생기기까지
모든 것이 멈춘 날
삶의 모든 소리가 멈춰버린 순간이 있었다. 2020년 초, 운영하던 카페에 확진자가 방문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하루아침에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익숙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조용해진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밀려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시간이었다.
우연히 다시 만난 한 권의 책
그런 어느 날, 책장 한쪽에 꽂혀 있던 『사람을 안다는 것』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을 기운조차 없던 시기였지만 무심코 펼쳐본 그 책에서 "책은 사람을 기다리는 법을 안다"는 문장을 만났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한 줄이 마음을 톡 건드렸다.
그날 이후 책이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조용한 문장들 속에서 안정을 찾았고, 무너져 있던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는 걸 느꼈다. 책은 말없이 위로해 주었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속삭여주었다.
새로운 시작, 북 카페 카페하린
책을 통해 얻은 위로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기존 카페를 북 카페로 바꾸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책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공간을 다시 꾸미는 일, 북 콘서트를 기획하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되진 않았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첫 북 콘서트에서 한 분이 "이런 공간을 기다렸어요."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그동안의 수고는 보람으로 바뀌고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북 카페 '카페하린'이 탄생했고, 운영한 지 4년째다. 이곳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벌써 30여분의 작가들이 카페하린에서 북 콘서트를 마쳤다. 책이 나를 구했듯, 나는 그 책을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어둠 속에서 찾은 별빛
"가장 어두운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던 그 시간, 책이 먼저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 한 권의 책이 나에게는 어둠 속 별빛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카페하린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여기서 만난 책 한 권이, 함께 나눈 이야기 한 마디가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그래서 오늘도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 작은 공간을 정성껏 지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