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했던 골목길에 책 읽는 소리가 새어 나와 따라가 보았다. 지구는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며 자신의 이익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곳.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동네책방을 꿈꾸며 세상의 온도를 높여가는 책방지기. 은은한 선율과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책방오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던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자.
타 지역에 살다가 2022년 농산어촌 유학을 통해 화순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주변 한부모가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애틋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결정하게 되었던 것이 컸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서는 순수함을 배우게 되거든요.”라고 했다.
작은 원목간판이 반기는 아담한 서점 《책방오다》는 “글 읽는 소리 오(唔), 차 다(茶)라는 뜻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하늘을 볼 여유가 없을 때 잠시 올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야 내면의 소리도 듣고 나를 돌아볼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나에게 다가오는 인생책을 만나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만남들이 이어져 새로운 이야기들을 써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책방을 준비하던 여정으로 “학창 시절에는 청계천 헌책방에서 책을 찾는 희열이 있었어요. 광주 ‘동네책방 숨’에 2018년도에 가게 되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책방이었어요.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 일이 생기자 마음을 모으며 책방이 동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더라고요.”라며 그때부터 책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책방지기의 셈법은 평범한 우리의 셈법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책을 통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임이나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동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전국에 있는 많은 책방 중 경기 남양주 ‘오롯이서재’, 양평 ‘책보고가게’, 경남 통영 ‘봄날의책방’, 전주 ‘잘익은언어들’, 순천 ‘책방심다’, 제주 ‘소리소문’, ‘보배책방’을 들러봤다고.
그중 인상 깊었던 곳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경기 양평 ‘책보고가게’, 책방의 콘셉트에 도움을 준 제주 ‘애월책방 이다’를 보며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고 했다. 또한, 손때 묻은 견본도서를 보고 그때의 마음이 담긴 추억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림책을 진열되게 된 계기로는 “책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접촉점이자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림이 아름다우면서 마음에 감동이 되는 책을 갖다 놓으려고 해요.”라면서 힘들고 어려운 마음들이 책을 통해 만져지게 되도록 책을 고를 때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기존 서점과 다른 점은 “일단 책방지기가 멋있고 재미있어요(웃음). 잔잔한 그림책이 많고 문제집이나 참고서적을 파는 일반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우리가 잘 모르는 책들을 소개하는 곳이기도 해요. 화순에 위치한 동네책방이라 화순을 알리고 싶어요. 폐광에 관한 것, 화순에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 유적지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라고 했다.
책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커피 한 잔으로 르완다에 살고 있는 어린이에게 꿈을 선물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곳이기도 했다.
지구는 물려주는 게 아니라 잠시 빌려 쓴다는 생각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책방지기. 당장 매출은 오를 수 있겠지만 돈은 조금 덜 벌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겠다는 마음에 실천까지 하게 되었다고 했다.
“테이크아웃 대신 텀블러를 가져오면 담아드리고 있어요. 책방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어 음료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도 했다.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책방이라는 생각이에요. 책방에 오는 손님 중에 꽃이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하교 후에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기도 하죠.”라며 찾는 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말했다. 책방지기는 책을 소개하고,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공간제공,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좋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통해 꿈이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은 “보성 노동초등학교 전교생 16명이 책방 나들이 행사를 다녀갔어요. 책방의 첫 행사여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함께 오신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동화구연을 하는 데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면서 좋아해 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집에 갈 때쯤 창 너머로 손을 흔들어주는데 그게 참 고맙더라고요. 참 의미 있고 보람되었던 날이었어요.
다른 또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전용메뉴를 만들었는데, 화순제일초 학생들이 처음 사 먹던 날이었어요. 좋은 기억이 남았는지 친구들과 지나가던 선생님께 소개해주기도 했어요.”라며 책방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진귀한 모습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곳이 되면 좋겠어요. 복합문화공간인 책방에서 작가님과 함께하는 북콘서트, 영화상영, 어른들이나 아이들ㆍ청소년들과 책 모임을 하고 싶어요. 봉사와 나눔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