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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순 Jan 09. 2024

한글 익히기와 덧셈, 뺄셈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

새해가 밝았다. 올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 오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딸아이가 벌써 학교에 갈 시간이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아이는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에 아쉬워하면서도 초등학생 언니가 된다는 생각에 설레여하고 있다. 직접 고른 알록달록 핑크색 책가방을 매일 만져보며 언제 책가방을 메고 다닐 수 있는지 묻는다.


지난 12월 예비소집일에 아이와 함께 다닐 학교에 다녀왔다. 취학통지서만 제출하고 서류를 받아올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입학 설명회도 해주셨다.


선생님께서 입학 전 꼭 연습하고 오라고 당부하신 몇 가지가 있다.
1. 부모님과 약속한 시각에 잠자고 일어나기
2. 우유팩 여는 연습하기
3. 젓가락 사용법 익히기
4. 화장실 가서 혼자 뒤처리하기
5. 손을 씻을 때 소매가 젖지 않도록 걷기


'얼마나 어렵겠어?'라고 보이는 문항도 있지만 7세에겐 제법 연습이 필요한 일들이다.


지금까진 아이가 천천히 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엄마가 해주면 편하니까, 아직은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대신해준 일들이 많았다. 마지막 영유아 건강 검진에서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스스로 샤워할 줄 아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스스로 샤워시켜 볼 생각을 못하고 매번 도와주었다. 그날 저녁 옆에서 아이에게 스스로 시켜보았더니 머리에 비눗물이 아직 씻기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제법 잘했다.


아이는 학교를 다녀오더니 "엄마 나도 포켓몬스터처럼 진화하는 거야?"라고 묻는다. 맞다. 아이는 곧 초등학생으로 진화한다. 나도 부모에서 학부모로 곧 진화한다.


엄마의 거의 무조건적 돌봄 시기인 유아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덧셈, 뺄셈, 한글 익히기도 해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도 지는 법을 배워가는 시기가 되었다. 엄마인 나도 아이를 더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그렇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부를 수 있는 든든한 안전지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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