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찬란한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학교에서 악성에 가까운 민원 전화를 받고
괜찮았지만 괜찮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학창시절에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준비물을 안 가져왔던 고등학교 재학의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그것을 갖다달라고 하고
점심시간 애가 타게 교문 앞에 서서 기다리다가 전해받았습니다.
엄마는 학교 앞 뚜레주르에서 갓 나온 햄치즈빵을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나눠먹으라고
꽤 여러 개 사다주었습니다. 그걸 들고 들어가니 친구들은 너희 엄마 센스 짱이라며
너무 맛있다고 좋아했고, 그 장면이 참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걸려온 전화를 받은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엄마에게 준비물을 놓고갔다고 혼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으며, 혼나지도 않았으며
게다가 나를 생각해 친구들의 빵까지 사다준 엄마. 그게 엄마와 나 사이의 신뢰였고
우리는 그 힘으로 여전히 서로를 신뢰하며 서로의 오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이토록 귀한 딸인 나에게 또 다른 귀한 딸을 위해 상처를 줄 순 없습니다.
그 딸과 그녀의 엄마에게도 민원 전화의 내용과 같은 기억보다는
영원한 신뢰가 될 한 장면이 고등학교의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