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모자란다더니

by 형통한

"너에게 응원을 받으며 너를 핑계되어야 했다. 그 온 힘을 다한 속임과 속음의 반복이

나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워킹맘은 긴장감 속에 살아갑니다. 워킹대디도 마찬가지겠지만 타고 난 성별에 차이로

그것을 겪어보진 못한 탓에 엄마로서의 경험에 치중해 이야기한다면 출근까지는 긴장의 '불안이',

일할 때는 '튼튼이', 퇴근할 때는 초조한 '불안이', 퇴근 후에는 안도와 반가움에 진짜 '기쁨이'와 나오다가도 체력 저하로 작은 것에도 화가나는 '버럭이'가 나오기도 하니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는 기분입니다. 그런 탓에 스스로의 정서가 그리 안정적이지 않을테지만 이를 외면하고 아이의 정서가 안정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것에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아침에는 엄마 없이 등원을 할 아이의 걱정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아침을 준비하고 가방을 싸놓기도 합니다. 아빠가 해줄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더 해놓으면 조금 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미련한 미련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출근을 하고자함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교통 체증을 생각해 너무 일찍 나오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놓고 나오는데 치중하다보니 지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운전을 해야되서 정신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또 생기기도 하니 이렇게든 저렇게든 마음이 편하기는 어려운 것이 워킹맘의 출근길인 것 같습니다.


출근길의 복잡한 긴장과 달리 출근을 하고 아이가 등원할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 걱정들은 눈녹듯 사라집니다. 물론 내일 아침 다시 반복되겠지만요. 야근을 할 수 없기에 점심시간, 화장실 갈 시간 다 아껴 열심히 일을 합니다. 얼마나 힘들겠냐는 선배 워킹맘들의 걱정이 걱정으로만 들리기보다는 우리도 그렇게 했어로 들리는 것은 일종의 자격지심일까 싶습니다. 오후가 되면 사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너무 피곤하지만 최대한 할 일을 마치고 또 미룰 것은 미뤄두고 그야말로 캍퇴근을 실천합니다.


숨가쁘게 도착한 집 앞에서는 갑자기 긴장이 풀려 알람을 맞춰놓고 카시트를 뒤로 한 껏 재낀 채 휴식을 취합니다. 이전에는 바로 유치원으로 달려갔는데 그랬더니 괜히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이 너무 죄책감이 들어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휴식 후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이른바 육아 출근을 시작합니다. 사실상 일상의 강도로 본다면 투잡을 뛰는 셈이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그 이상의 말이 있다면 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예쁜 아이를 보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지만 사실은 눈이 반쯤 감겨있습니다. 어찌저찌 저녁을 먹고 씻기고 재우고자 하는 사이 이미 잠든 건 내일 아침 또 다시 분주하게 긴장감을 가져야 할 제 자신입니다. 그러다 한 번 씩 몸이, 혹은 마음이 아프면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라 괴로웠습니다. 그럴 때 이것이 아이를 키우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기저기 호소하며 이해를 받고자 하는 욕심을 내지만 그조차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에게 응원을 받으며 너를 핑계되어야 했다. 그 온 힘을 다한 속임과 속음의 반복이

나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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