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누가 불러주면 참 감사합니다.

by 책꿈샘 김지원

"선생님! 다음 주 목요일 6시 어때요?"


학교 있을 때, 회식 날짜가 잡히면 그렇게 싫었는데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다가 못 빠져나가면, 맨 끝자리에 앉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도망갔던 기억이 수두룩합니다.


그랬던 제가 퇴직 후,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이렇게 화답하고 있었어요.


"저, 시간 아주 많아요!"


내심 속으로 몇 번 튕겨야지, '바쁘지만 시간 내 보겠습니다.' 그랬어야 했는데. 속을 감출 줄 모르는 저는 그저 누가 불러준다는 말에 핸드폰을 쥔 채 연신 좋아 헤벌레 웃고만 있었어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이번 모임의 주제는 작년 동학년선생님이 열어주는 제 책 기념회 겸 조만간 스페인 순례길에 오르는 00 선생님의 응원 모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학교 선생님을 만나 거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학교의 다사다난한 3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현직 선생님의 투덜거림 속에서 나와 00 선생님은 약간 기분이 업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우리 둘 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소속감!이라는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우리 동학년 멤버는 모두 열 명이 넘는데 그중 00 선생님은 의원면직자였고 저는 20년 차 명퇴자인 셈이죠 한 학교에 한 두 명도 보기 힘든 이 조합을 우리 학년에서 다 보게 된다는 건 확률적으로 학교 밖 선생님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챙김의 시간을 넉넉히 하사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는 조금 울컥해졌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제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저 순수한 분들이 계신 그 공간이 그리웠고, 또 제가 떠나온 그 공간이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학교를 나올 때 "축하해요! 학교 밖을 나가시니!"라는 말보다 "이 좋은 곳을 왜 떠나세요?"라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말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돌아오는 길, 밤공기가 달라져 있었어요. 보드랍고 따뜻했습니다. 새봄이 왔다는 걸 알았고, 저도 이제 겨우내 무거웠던 옷을 벗어던진 듯, 과거와 안전한 이별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새봄, 새 길을 잘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전 07화7.명퇴 이후 삶은 혼란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