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동화책을 권합니다 1
<늑대가 된 아이> / 클레망틴 보배 글 / 도서출판 산하 / 2015>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던 중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에요.
“00이 뇌종양이래.”
“진짜?”
“좀 아파 보이긴 했어.”
학기 초부터 아파 보였던 그 아이. 그 아이와 처음 대화를 나눈 곳은 화장실이었어요. 그땐 친구도 병명을 몰랐어요. 자꾸 화장실로 뛰어가던 기억이 나요.
“2교시 체육이래!”
반장의 말에 서둘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가려던 순간, 화장실 구석에서 속이 안 좋아 보이며 가슴을 두드리는 그 아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같은 반이긴 했지만, 교실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말을 나눈 적이 없었어요. 모른 척 지나치려 하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친구에게 물었어요.
“너, 괜찮아?”
내 말에 그 아이는 먼저 가라며 손을 휙휙 내저었어요. 저는 한동안 그런 친구를 지켜보다가 혼자서 운동장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00의 병명을 알고, 그 아이가 치료를 위해 결석한 이후부터 네 명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우리 병문안 갈까?”
“병원이 어딘데?”
“몰라.”
“선생님께 물어볼까?”
“알려 주실까?”
이야기는 계속 빙빙 돌기만 했어요. 다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아이들에게 제안했어요.
“우리 성당 가서 기도할까?”
아이들은 어리둥절했어요. 나 빼고는 아무도 성당에 가 본 적이 없었고, 왜 거기 가야 하냐고 묻기도 했어요. 저는 그냥 기도하면 00이가 나을지도 모른다고 얼버무렸어요. 더 이상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친구들은 결국 일정을 다 미루고 저녁 미사에 가 보기로 했어요. 그날 저녁,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친구들을 데리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미사 도중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이 어색했던 친구들은 내내 투덜거렸어요.
“왜 자꾸 일어나래?”
“또 일어나?”
낯선 분위기 속에서 어색해하던 친구들은 한눈에 주목을 끌었어요. 그래서인지 미사가 끝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수녀님이 찾아왔어요.
“너희들, 성당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왔니?”
수녀님의 다정한 물음에 우리는 00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가 아프다는 말을 듣자 수녀님은 울컥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와 함께 기도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다음에 또 오라는 말을 남겼어요.
<늑대가 된 아이>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 책은 고아 소녀 로만이 단짝 친구 뤼시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뤼시의 아버지는 사냥꾼이었는데, 마녀 늑대의 딸을 잡아 이미 가죽으로 만들어 버린 후였어요. 이에 마녀 늑대는 저주를 내립니다. 딸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뤼시는 죽게 될 거라고요.
마을 어른들은 우왕좌왕하며 회의만 거듭했지만, 뤼시의 친구인 로만과 친구들은 당장 행동으로 옮겼어요. 뤼시를 위해 로만이 늑대 딸 흉내를 내며 마녀 늑대를 속이기로 한 거죠.
마녀 늑대의 저주를 풀기 위해 어른들은 그저 앉아서 말싸움만 했어요. 하지만 로만과 친구들은 달랐어요.
“우리가 뤼시를 꼭 구해야 해!”
그렇게 다짐한 후, 주인공 로만은 늑대처럼 행동하기 위해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온몸을 던졌어요. 그리고 결국 마녀 늑대의 딸이 되어 친구를 구해냅니다.
친구를 위해 늑대가 되기로 결심한 로만, 그 아이는 행복했을까요? 어찌 보면 스스로 희생을 택한 셈인데... 이야기의 끝에 이런 말이 나와요.
“늑대에게 겁이 나야 할 텐데. 도무지 무섭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행복한 느낌이었어요.”
이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깊이 남았어요.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2학기가 되었을 때 00가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기적적으로 수술이 성공했고, 더 이상 창백한 얼굴로 화장실로 뛰어가지도 않았어요. 00가 돌아왔을 때 우리는 환호했고,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이어갔어요.
사춘기 소녀들답게 “너 누구 좋아해?”라며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좋아하는 배우 사진을 오려 주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게 우리의 방식이었죠.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있어요.
누군가 힘든 시간을 겪을 때, 곁을 내주는 것.
그리고 함께 기적을 믿어주는 것.
그 작은 행동이 결국 나에게도 곁이 되어주고, 기적이 되어준다는 것을요.
로만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토록 그리웠던 누군가의 따뜻한 가슴을 온전히 받게 되는 자기 구원의 서사로 이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을 위해 손을 내밀어 주는 것, 크게는 나와 우리를 위한 일이라는 걸.
<늑대가 된 아이>는 바로 그런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