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잘 사는 우주
이상한 우주를 만났다.
* 저에게 편지를 쓰듯 글을 적었습니다.
평행우주론에 의하면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우주' 하나쯤은 있을 수 있잖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 우주가 여기라면? 내가 여기에 산다면?
꽤나 씁쓸하겠지.
아니 씁쓸을 넘어 속이 울렁거려.
부스터 샷을 맞아서 그런 건 아니야. 접종 후 14일이 경과했잖아.
그럼 지금 느끼는 이 자괴감은 뭘까?
'난 참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데 이젠 노랫말 가사처럼
'난 참 바보같이 살았군요.'
로 변하는 이 시점이 말이야.
최근, 이상한 우주를 만났어.
어떻게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 내가 전해 들은 소식 모두 나보다 잘 사는 걸까?
혹시, 나 몰래 잘 사는 이야기만 하자고 약속한 건 아닐까?
아니면, 잘 사는 척을 하는 걸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진짜 내가 너무 못 사는 걸까?
잘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나 재난 지원금도 못 받을 뻔했잖아(받긴 했지만~)
그러니, 그럴 리가??
어쩜 물질적인 잣대로 잘 사는 걸 이야기하나요?
누가 이렇게 물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어!
그럼 어떡해??
나도 꽤나 인문학적인 인간이었다고!
나랑 14년을 같이 살아 온 옆지기가 그랬어.
당신은 조선의 국모가 아니라 조선의 선비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어쩜 새벽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그렇게 열심히 책만 읽냐고... 21세기 여자 허생이라고.
물론, 나야 동의는 안 하지! 다시 태어났다면, 알프스 볼 빨간 소녀로 태어나고 싶지. 얼굴도 하얀~
아무튼, 내가 그렇게 경제만 따지는 사람은 아니였다고.
그런데 누구나 그럴만한 이유가, 그럴싸한 변명이 생기는 때가 있어. 삶이라는 게 물처럼 흐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낙수처럼 확 떨어질 때라는 게 있더라고. 어느 순간이 변하는 지점 말이야.
내가 지금 그 지점에 와 있다고!
어제 친구가 전해준 또 다른 내 친구들의 재테크 성공담을 들으며(모두가 성공했다는 얘기까지)
다음에 만날 땐 말이야. 우리 재산세 고지서와 등기부등본 열람증을 갖고 만나자는 내 말에
친구는 "껄껄" 웃었지만 말이야. 나 꽤나 진지했어.
다들 잘 산다는 게 말이 되니?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할 게 아니라 물개 박수를 쳐 주라고 하잖아!
그럼 근사한 축하주라도 얻어먹는다고!
난 내가 그런 대인배인 줄 알았는데 아니야.
이렇게 우주론까지 탓하고 있으니 말이야.
난 이 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도 참 열심히 살았는데 말이야.
꼬박꼬박 성실하게 일하고 목표를 세우고 새벽에 일어났고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 내가 참 좋았다고!
그런데 지금은 참 바보같이 살았다고 생각하니
누가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