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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운 입맛

집 밥

마음을 밥으로 채운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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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이 바빠 2주 정도를 한 끼도 하지 않고 사 먹어봤다. 분명 배는 부른데 꽉 찬 느낌이 들지 않았다. 혀 끝에 남는 조미료의 맛도 질려갔다. 지친 몸보다 섭섭함이 더 커질 때쯤 나는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손두부 한 모를 사고, 통통한 버섯을 골랐다. 동그라미 청국장 한 개, 그리고 지글지글 구워 먹을 수 있는 목살도 하나 골랐다. 집에 와서 재료를 손질하고 국물을 우려낸 뒤 청국장찌개를 푹 끓였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생채 남은 것을 송송 썰어 찌개에 넣어 푹 끓이는 것이 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무와 김치가 함께 들어간 효과가 난달까?


따뜻한 밥이 다 되었다고 밥솥이 솔~미!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알려준다. 밥이 다 되면 뜸이 드는 동안 고기 굽기다. 불판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뒤 기름이 도르르 흐를 때쯤 고기를 올려준다. 치익 - 하는 소리가 쫄깃하다. 고기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오면 찌개에 넣고 남은 버섯과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고기 팬에 함께 올려준다.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려서 앞 뒤로 구워주고 먹기 좋게 잘라주면 완성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완성되었다. 이제 남편과 아이를 부를 차례다. 따뜻할 때 얼른 먹어야 맛이 있으니 재촉하듯 부르는 것은 세대를 불문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배가 헛헛했다기보다는 정성 어린 밥상이 없어서 마음이 허전했던 거 같다. 한 술 뜨고 나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마음을 누군가의 정성으로 채운다. 그게 사람이 아닐까. 그게 현대 도시인의 집밥 집착 이유가 아닐까.


따뜻하니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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