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잠들기 10분 전이었다.
"아!! 맞다!!"
갑자기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다음 처리 기한이 있는데 그게 오늘까지인 것을 깜빡해버린 것이다. 처리를 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귀찮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별 일 아니라면 별 일 아니었지만 이런 실수는 거의 5년 만에 처음 해 본 것이었다. 이런 신입사원도 잘 안 할 실수를 하다니, 나도 아직 빈 구석이 많구나 싶었다. 요즘 내가 업무를 꽤 잘해나가고 있다고 자만했던 구석도 있기 때문에 더 놀랐던 것 같다.
다음 날 출근을 하자 마자 내 실수를 팀 사람에게 모두 알렸다. 막내 사원은 어떻게 사유서도 안 써봤냐며, 사유서는 몇 번이나 써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며 나를 안심시켰다. 다행히 전표처리를 담당하는 유관부서 사람이 유연성이 있어서 조금 늦어도 다 처리를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고, 팀 사람들도 자기 일처럼 여기저기 연락을 하며 도와주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더 작게 일이 마무리되었다.
이 일로 나름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실수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걸 빨리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할수록 더 빠르고 좋은 해결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업무를 할 때 종종 내 입장과 다른 입장을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그때 이렇게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도 틀릴 수 있다. 나도 실수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고집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집을 부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내 의견이 맞다고 우기고 싶다가도,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면 내 의견을 바꿔버리기가 쉬워졌다. 그래서 더 좋은 선택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내가 맞다고 주장하고, 남의 의견을 꺾고 싶다는 유아적인 마음만 버리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생활에 마법의 주문 하나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