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스스로 해보고 성장하는 경험

by 서이담

“어디서든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되죠”


조직 변경 시즌이다. 우리 팀이 혹은 내가 어떤 조직으로 변동되는지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다. 이 사람 밑으로 팀이 편성이 될 것이다, 저 사람 아래서 일하게 될 것이다 등등 팀 사람들과 여러 가지 추론들이 오고 가는 사이 내가 어떤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되든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어떤 선배가 이렇게 반론했다.


“시키는 것만 잘 해서는 안 되죠. 상사에게 지시를 받기 전에 뭔가를 만들어서 먼저 보여줘야죠.


그 말에 다른 선배도 맞장구 쳤다. 나는 약간 뻘쭘했다.




최근에 나는 신생 팀으로 발령을 받아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분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새로운 팀에서는 이제까지 가지지 못했던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프로젝트가 잘 끝나지 않으면 팀이 해체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엔 무척 신났다. 내가 스스로 일을 찾고 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나도 몰래 이 팀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을 무렵 내가 예전에 해왔던 ‘까라면 까’식의 수동적인 태도로 다시 일을 대하고 있었나 보다. 선배의 말을 통해 변해버린 나를 알아챘다.




그 날 작은 깨달음을 얻고 조금이나마 나를 바꿔 다르게 일해보기로 했다. 먼저 업무 처리가 더디던 외부 업체에 메일을 고쳐 보냈다. 전날까지는 단순히 상황 문의만 하는 메일을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업체에 어떻게 하면 업무 처리를 좀 더 빨리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제안을 해봤다. 그리고 해외의 유명 회사에도 메일을 다시 보냈다. 자동 응답만 올 뿐 제대로 된 메일 답장은 하나도 오지 않았던 그 콧대 높은 외국 회사. 그들의 무성의한 자동 메일을 받을 때마다 나는 그냥 안되려니 하고 넘겼었는데,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또 한 번 메일을 써봤다. 우리 회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서 좀 더 매력적인 제안처럼 보이게끔. 사실 별 소득은 없이 끝났지만 일단 기분은 좀 상쾌해졌다.




사실 시키는 것만 하면 편하다. 업무에 한계를 짓기도 좋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키는 것만 하다 보면 시키는 것 밖에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위에서 주어진 것만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있는 조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확장시켜봐야 자기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일하다 보면 누군가 알려줘서 배울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겠지. 그게 직장 생활에서 나에게 뭔가를 남기는 방법이지 않을까?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