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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23. 2024

변화는 변화를 몰고 오지

많은 "이" 들

이직을 했다. 회사가 집과 멀어졌다. 지하철 역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 도착해서 두 번 갈아타야만 비로소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동안 한시간 반 걸려서 출퇴근 하던 남편이 집에만 오면 왜 그렇게 피곤해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회사는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집을 바꿔야 할 때였다.


집을 바꾸려고 내놓았는데 몇 개월간 팔리지 않았다. 한 번 팔 기회가 있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마음을 바꿔서 불발되고 말았다. 허탈했다. 포기하려고 했다. 포기하고 이사갈 돈으로 중문을 바꿔 달기도 했다. 그걸로 글도 한 편 써 보았다.(관련글)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부동산은 포기하지 않았었나 보다. 끈질긴 부동산에서 몇 번만 더 집을 보여주면 안되냐고 연락이 왔고, 마음을 바꾼 우리들은 더 적극적으로 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집이 나갔다.


새 집을 구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우리 집을 몇 번이나 보고 갔었던 매수자는 이사갈 날을 2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우리 집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도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 시간이 빠듯했다. 마음에 드는 집은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았고, 이사날짜가 맞는 집은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발품을 팔다가 마음에 드는 동네를 발견했다. 그런데 여기엔 우리가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없었다.


'아...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2년 동안만 세를 들어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세 들어 살 집을 부랴부랴 구했다. 한 달간 정말 바빴다. 아이 학교도 생각해야 했기에 같은 초등학교에 배정될 수 있는 근처 집에 세를 들어 살기로 했다.


이 모든게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인생에서 시간이 이렇게 밀도있고 빠르게 지나갈 수 있나 생각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그걸 바꿨다. 지쳤지만 버텼다. 남편과 함께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지난 주 드디어 집에 들어왔다. 집 정리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전셋집이라도 잘 꾸며 놓으니 우리집 같았다. 구옥이라 10여년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 느낌이 들어 정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출근 시간과 나의 출근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동네 산책을 했다. 참 좋았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이직부터였던 것 같다. 하나가 바뀌자 또 하나가 바뀌었다. 인생에서 가족말고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것들이 하나씩 바뀌게 되었다. 변화는 내게 많은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얻는 것들도 많았다. 오히려 변화하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다.


해보고 후회하기로 한다. 내게 주어진 이들을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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