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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n 17. 2024

선택과 집중, 필요없는 것을 버릴 용기

직장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시간의 힘이란 무섭다.

금요일에 민원 스트레스로  설거지도 못하고 쌓아놓고 잤다.

아침과 저녁 설거지를 그날 저녁에 몰아서 하는데 못하고 자는 경우는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

금요일에는 나의 일상생활 능력을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피폐해졌던 내가 무서운 속도로 회복하여 토요일에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글을 썼고

오늘은 마음도 많이 차분해졌다. 

평소에 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일요일에는 당번으로 자료실에서 근무했고, 오늘 대체 휴무다. 

즉 사무실 일은 3일째 쉬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금요일에 과장님 휴무로 민원 관련해서 내일 출근하여 보고하여야 하고 또 민원인을 맞닥뜨려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이 안되는 건 마찬가지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나아진다.

사무실 일은 스트레스를 아무리 받아도 이틀만 쉬면 대체로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편이다.  회복된 후 세상 살만하네 버전으로 돌아와서 생기 발랄해진다.  출근할 때가 되면 다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잘 살아봐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문제는 출근하고 2시간 만 지나면 나의 생기발랄과 의지는 어느새 증발해 버리고 다시 제정신 아닌 흥분 혹은 긴장상태에 돌입한다는 거다. 

업무를 대할 때 긴장감과 부담감이 크다.  8시간 동안 컴퓨터에 머리 박고 있어야 하는 경직된 자세와 답답함도 힘들다.

회복할 때는 이틀 걸렸는데 다시 무너지는데 2시간 밖에 안 걸리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

내일 어떤 전개가 벌어질지 걱정하는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예사롭지 않은 금요일 사건도 삼일 지나니 희미해진다는 게 신기하고 다행스럽다. 

생각해 보면 퇴직하면 일주일이면 기억에서 사라질 직장 고뇌들을 현직에 있을 때는 세상 힘든 일인 양 괴로워하며 짊어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세상일은 내 맘대로 안되는 데 그냥 흐르는 데로 받아들이면서 물살에 몸을 맡기 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살 수는 없을까?

사고로 반신 마비가 된 박위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이젠 일어서면 돼,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편하지 않아?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되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어쩌면 나의 고뇌들은 가진 것들을 잃어버릴까 하는 불안감과 더 갖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인생의 흐름대로 나를 맡기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몸에 힘을 꽉 주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게 선택은 했으나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를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약국 안 책방'이라는 에세이를 보았다. 약사가 자신의 약국 한편에 서가를 만들어 책을 파는 독특한 이야기다. 약사는 약국을 경영하며 가장 힘든 게 사람의 거절이라고 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약을 추천해 봐야  사람들은 본인이 익숙한 약을 달라고 했고 인사를 건네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자꾸만 거절을 당하다 보니 자존감이 내려갔다고 한다. 

어느 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마저 시간과 공간을 핑계로 스스로가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반복되는 지루하고 힘겨운 일상에서 자신의 자아가 사라질 것 만 갔았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긍정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자신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직장에서 이렇게나 기가 빨리고 출근하기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슬픈 마음이 들었다. 짧은 인생 이렇게 힘들 게 살아야 하나 싶고 제주도 같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쉬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약국 안 책방을 읽으며 생계를 위해 꿋꿋이 자신의 힘듦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도 어른의 삶이 아닐까 했다. 그리고 약사처럼 직장에서의 시간들이 나를 부정하는 시간들이라 해도 그 외 시간들은 나를 긍정하는 시간으로 채우면 되겠다 싶었다.

독서모임에서 직장 생활하다가 과감히 그만두고 적성을 찾아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차렸는데 가장 힘든 점은  자영업자다 보니 퇴근 후에도 정신적으로 사업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개인적 사생활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추후 정리하고 다시 회사로 취직했는데 가장 좋은 것이 저녁시간에 회사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해방감이라고 했다. 

이 분은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이지만 다른 효용성을 보고 다시 들어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게 생겼듯 같은 직장을 다녀도 사람마다 직장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직장에서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수단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나도  나만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고 선택과 집중을 하여 얻을 것과 포기할 것을 과감하게 선택해야겠다. 

우리 딸이 중간고사를 잘 보고 처음에는 기뻤으나 오히려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기말고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졌다.

내가 딸에게 '기말고사 못 봐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성적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렴'이라고 조언했던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해주자.

"내가 가진 것들을 잃을까 봐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해야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하고 싶은 것을 늘려도 돼, 남들 눈치 보는 것 줄이고 인정욕구도 버려. 남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고 스스로를 좋아하는 게 더 중요한 거야. 

일시적으로 잘못된 듯 보여도 다시 시작하면 되고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잖아. 어떤 게 더 좋은 길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지.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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