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제의 메일이 도착하다.

출간일기 1

by 라온써니


“아아아아~~ 으아아악!!!!”

휴대폰을 들고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뛰니 딸이 도망간다.


“엄마! 왜 이래, 무섭단 말이야~ 태어나서 엄마 이런 모습 처음 봐. 무슨 일 있어?”


브런치의 새 소식을 알리는 파란 점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다. 누가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클릭을 하였다. '어머나~ 이게 뭔일이여?' 새 소식에 <출간 기고 목적으로 xxx 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하세요>가 떡~ 하니 있는 것이다. 보고 또 보아도 믿기질 않았다. 나도 모르게 정신줄이 서서히 풀렸다. 공무원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 흥분되었다.


쿵쿵 뛰는 가슴과 벌벌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출판사에서 나에게 사서 에세이 출간을 제의하였다. 브런치에 메거진으로 올리고 있는 ‘산전수전 공공도서관전’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엮자는 제의였다. 처음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어 얼떨떨했다. 급기야는 사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갑자기 출판사에서 근무는 지인이 생각났다.


“출간 제의가 왔어요. 저처럼 글쓰기 초보에게도 이런 제안도 오나요? 요즘 이런 사기가 유행인가요?”

“사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브런치 보고 많이 연락해요. 하지만 담당자가 제의해도 검토과정에서 결재자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어 계약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저도 많은 분을 만나봤지만 사기인지 의심하면서 나오시는 분은 없었네요. 호호호 의심은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나가보세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본다. ‘계약이 안 될 수도 있어요’ 라는 말이 귀가에서 뱅뱅 돈다. 일단 답장을 써야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모든 에너지를 모아 공을 들인다, 간절한 마음이 티 나지 않도록, 공손하면서도 담백하게, 하지만 확실한 긍정적인 답장을 쓴다.(쓰려고 노력한다.)


제안을 받자마자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하루 빨리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기나긴 연휴가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다. 성격급한 나에게 가혹한 고문이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글쓰기 이력을 떠올려 본다. 글쓰기라곤 공문서 작성 밖에 안하던 내가 작년 5월에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10월에 브런치를 시작했으니 손에 펜 잡은 지 1년도 안되서 내 책을 낼지도 모르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감 없는 스토리다.


‘그럴 줄 알았으면 글쓰기 공부를 미리 해 놓을 걸’

‘나 같은 초보자도 책을 낼 수 있을까? ’

‘직장 생활하면서 글 쓸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까?’

‘과연 계약이 될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신나게 들이키고 있는 건 아닐까?’

‘설마 만났을 때 나 보러 돈 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연휴 동안 별의별 생각이 들며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내 눈은 고민으로 인한 다크 서클이 짙게 깔렸다. 그 와중에도 혹시 급하게 책을 써야 할 상황에 대비하여 사서, 도서관, 공무원 관련 에세이를 닥치는 데로 읽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무장하고 책을 읽으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글의 구조와 어휘표현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평소에 떠오르지 않던 글감들도 밀물처럼 다가왔다. '글감들아~ 그동안 어디에 꼭꼭 숨었다 오늘에야 나온 거니?' 궁하면 통한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죽기 살기로 책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소설을 쓰지 못했을 같다는 공지영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헝그리 정신으로 해보자는 의지가 불끈 솓아 올랐다. 이게 얼마 만에 품는 열정인가? 40대 중반에 회춘하는 건가? 하지만 의지를 불사르는 동시에 혹시 계약이 되지 않으면 얼마나 실망이 클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두려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네이버에 ’출간 제의‘로 검색을 해본다. 출간 제의를 받은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본다.


어떤 브런치 작가는 출간 제의를 받은 후 출판사 내부 사정으로 책 기획안이 통과가 안되어 계약이 안되었다고 한다. 그 충격으로 6개월간 절필했단다. 다행히 그 후 다시 글을 쓰고 책 출간도 하고 잘살았다는 이야기지만 절필까지 결심한 작가의 마음이 어땠을까 감정이입이 되며 내 가슴도 져려 왔다. 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빨리 출판사와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