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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영어 학원 언제 옮겨야 할까?

목동 영어학원 체험기

by 라온써니


학원 1층 식당에서 딸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저 멀리 학원 앞에서 엄마들이 각종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어머! 학원에서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목동이 드세다 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깜짝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면서 조심히 다가갔다.


양준일 사랑해. 양준일은 항상 내 곁에


‘어머 저게 뭐지?’ 내 기대와는 다른 글자들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돌리니 SBS 방송국이 있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을 것 같은 분들 10명 정도 모여서 다양한 크기의 현수막을 혼자 혹은 함께 들고 있었고 내용은 모두 가수 ‘양준일’에 관한 거였다.


“엄마! 나 저분들 너무 좋아. 엄청 동질감 느껴. 연예인을 향한 절실한 마음 말이야.”


요즘 아이돌에 푹 빠진 딸이 신이 났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


중년에도 연예인을 향한 열정을 품을 수 있고 거리로 나와 방송국 앞에서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삶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 부럽기도 했다.


놀란 마음을 누르며, 갑자기 영어학원 등록할 때의 또 다른 충격이 생각났다.


“왜 안 되나요? 다른 데는 다 된다고요!!! 우리 애는 어차피 영어 숙제 안 하니 이러닝인가 뭔가 그거 빼주세요.”


결재하는 데만 충실했던 엄마기에 내가 취소하려는 온라인 수업 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았다.


“안됩니다. 목동지점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연희동 지점에서도 빼줬는데 왜 목동만 안 되나요?”

“지점마다 다릅니다. 어머니, 그리고 숙제 안 하고 어떻게 실력이 느나요? 안 하는 아이들 없어요. 그것 때문에 우리 학원 찾는 분도 있어요“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애가 안 하는걸요.“


하지 않을 이 러닝으로 생돈 7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니 짜증이 솟구쳤다. 같은 청* 어학원이라며 레벨 테스트를 받지 않고 같은 반으로 이동까지 시켜주면서, 목동만 온라인 학습이 필수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사 오자마자 진상칠 수가 없는 노릇이니 이미지 관리를 위해 간신히 진정하며 순순히 결재했다.


내가 이러는 것은 7만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청* 어학원을 4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2년 가까이 숙제를 안 해 어르고 달래고 별짓 다 했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에 뺀 것이다. 외국인 선생님은 수업만 하고 숙제 관리는 한국인 선생님이 하니 애한테 숙제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되는 듯했다. 승급하려면 시험을 봐야 하는 데 시험 점수가 커트라인을 넘어도 포인트가 미달이면 되지 않는다. 포인트는 온라인 학습으로 주로 쌓지만, 수업 시간 활동 등으로 얻는 것도 꽤 되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을 부실하게 해도 시험만 통과하면 대충 올라가는 듯했다.


학원에서는 초등과정에서 온라인 학습 신청 안 한 애는 우리 애 한 명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하지는 않지만 같은 반 친구들과 비슷비슷하게 승급이 되니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우리 애가 숙제 안 하는 것을 학원이 학생 관리가 안 된다고 탓하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애의 태평스러운 모습에 솔직히 짜증이 났다.


내가 애의 영어 실력을 검증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답답하기만 했다. 집에서 영어공부 1도 안 하면서 승급하는 것이 미스터리하기도 했다. 혹시 영어 실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시험을 잘 찍는 건지, 학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지금은 목동 청*어학원에서 6개월 즉 두 학기를 보냈다. 여전히 온라인 숙제는 안 하고 있다. 담당 선생님은 너무 이쁘고 친절하시다. 우리 딸한테 선물 공세까지 하면서 온라인 숙제를 하라고 애원했지만, 우리 딸은 하지 않았다. 자기도 선생님께 미안하다면 숙제를 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하지만, 생각이 행동까지 못 미치는 듯했다. 공부 습관이 안 잡힌 것 같았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하지만 숙제를 안 해도 생활하는 데 별문제가 없으니 나의 말은 먹히지 않았고 딸과의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밀어붙이고 싶지 않았다.


청*어학원에서 하나의 과정은 6개월 코스지만 3개월 때 월반할 수 있다. 목동에 와서 처음 3개월 월반은 실패하고 6개월 뒤 승급에는 기적처럼 성공했다.


힘들게 승급 시험 통과했는데 포인트 때문에 못 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읍소도 하고, 시험 못 봐서 승급 못 하면 괜찮지만, 포인트 점수 때문에 승급 못하면 태도 불량이니 영어학원 끊어버린다고 협박을 해도 소용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다 쳐도 중학교까지 저러고 있으니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런데 숙제를 안 해 포인트 미달이 확실한데 승급은 했다는 소식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알아보니 포인트 미달이라 학원 시스템에는 승급 불가로 나왔지만, 시험을 잘 봐서 특별히 넣어주셨다고 했다. 목동에서는 수업 시간마다 단어 시험을 보고 점수를 엄마 문자로 보내준다.(연희동 지점에는 없는 서비스다.) 수업 직전에 단어를 훑어본다는 애는 10번 시험에 9번은 ‘미 통과’로 나온다. 좋은 서비스지만 나에게는 기분만 상하는 염장 지르는 나쁜 서비스다.


이런 애가 승급이라니... 단어 시험을 매번 통과하지 못하는 데도? 포인트 미달인데도? 좋으면서도 아리송했다. 한편으론 이러다가 숙제 안 하는 게 더 굳어질까 걱정도 되었다.


목동에서 초중을 거쳐 현재 고등학교를 보내고 있는 엄마한테 하소연했다.


”어휴~ 청* 어학원은 중학교 때는 다니면 안 되지. 이젠 좀 빡센 데로 갈아타야지. 2학년 내신 준비도 해야 하고. 집 바로 앞에 씨** 어학원 보내!“

”거기 수학학원 아니었어?"

”하하하 이 엄마 큰일 낼 사람이구먼, 몰라도 너무 몰라.“


나는 왜 매일 보는 씨** 학원을 수학학원이라고 단정 지었을까? 생각해 보니 연희동 청*어학원 바로 옆에 씨로 시작하지만, 뒤에 두 글자는 틀린 유명한 수학학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자동 연상작용이 일어난 것 같았다.


”xx야~ 여름 방학이니 집 바로 앞에 씨** 영어학원으로 옮기자. 너 영어 숙제도 안 하면서 매달 7만 원씩 나가는 것도 아깝고, 청*어학원은 문법 관리가 안 되잖니. 씨** 영어학원은 **중 전문이니 2학년 때 내신 관리도 잘해준다잖아.“


”싫어~ 거기 우리 반 아이 다니는 데 숙제 안 하면 밤 1시까지 잡아 놓는대. 여기 목동 청* 학원 친구들도 헤어지기 싫고. 안가“


”설마 학원에서 새벽 1시까지 잡아 놓겠냐? 그거 다 거짓말이야. 엄마가 직접 가서 상담해봐야겠다.“




우리 딸 목동 청* 영어학원 생활과 저의 씨** 영어학원 상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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