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타니고스케 지음,김영주옮김,<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동아시아,2016
◆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주인공이 홀로 고립된다는 상황의 영화를 떠올려 보시면 어떤 영화가 생각나십니까? 배구공 윌슨과의 우정으로 유명한 캐스트 어웨이(2000)나 윌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2007)같은 영화가 떠오르지 않으시는지요? 홀로 고립된다는 것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특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게 발생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상당한 공포감이 드실 것입니다.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 있어서 홀로 된다는 것은 곧 분업의 이득을 취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매일 마시는 생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끗한 생수를 구하거나 혹은 정수하여 깨끗한 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런 어려운 일을 대신하여 분업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시스템이 없었다면 우리는 진즉에 갈증으로 고통받고 있었겠지요.
한 사회 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개인적으로 가깝고 멀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 사람이 아침에 기상하여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먹고 마시고 사용하고 이용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 스스로 만드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사회의 거대한 분업구조의 한 구석을 담당하면서 그 생산물을 서로 나눠갖는 것이지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까요? 주변에 큰 트럭을 운전해서 살고 계시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 아마 딱히 개인적으로 알고 계신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헌데 이 분들이 파업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언젠가의 화물연대 파업 때 구호처럼 "우리가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춘다"가 현실이 되겠지요. 물류가 멈추게 되면 그들과 일면식도 없는 농업, 제조업 종사자는 농산물이나 제품을 옮기는데 애를 먹겠지요. 소비자 역시 필요한 물건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을 것입니다. 이 둘을 중계하는 상인들 역시 발만 동동 구르겠지요.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존재나 역할이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 디플레이션이라고?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은 이런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고찰한 책입니다. 경제학이라고 하니까 벌써 '어렵다'고 눈쌀을 찌푸리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경제학은 소위 학자나 교수 같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아는 말(전문용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요)로 쉬운 이야기를 하면서 못 알아듣는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자기들끼리만의 리그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경제학은 그저 '먹고 사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분석의 대상으로 하는 현실과 사회는 서로 다를 수 없기에 하는 이야기도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학자나 경제학교수가 파악하는 현실과 우리 같은 장삼이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른 것이 아니므로 결론 역시 같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가방 끈 긴사람들이 조금 어려운 말로 유식한 척 한다는 것 뿐이지요.
일단 제목에서 등장한 디플레이션이란 말부터 풀어보고 갑시다. 우리는 꾸준하게 물가가 오르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상황만을 경험해 왔습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물가'가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주류경제학에서도 인플레이션만 강조합니다. 한국에서 경제학 과목의 교과서로 불리는 <맨큐의 경제학>이란 책만 봐도 인플레이션 상황과 초인플레이션의 경험만을 말할 뿐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반대입니다. 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지요. 통화론자들은 화폐의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서 물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시장에 돈을 많이 풀 경우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반면, 국채매입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돈을 회수할 경우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고 물가가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전자를 인플레이션, 후자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과 같이 초저금리 상황에 양적완화(라고 쓰고 돈 무제한으로 찍어내기라고 읽습니다)까지 동원되는 판국에 시중에 화폐가 부족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까요? 화폐가치가 충분히 내려갔을텐데 왜 물가는 계속 오를까요? 글쎄요. 답은 통화론자들에게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는 책의 내용으로 돌아갑시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을 겪었습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환호를 하실 수 있겠지만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릅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곧 구조조정(이라 쓰고 해고라 읽습니다)으로 이어지겠죠. 즉 실업률이 증가합니다. 실업률의 증가는 두고두고 각국의 골치거리였고 지금도 그렇지요. 높은 실업률은 다시 내수규모를 축소시키고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 문제는 인구야, 이 바보야!
이런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구구조란 관점에서 원인과 대책을 연구한 것이 저자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호경기와 불경기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공황이론으로는 현실을 오롯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경기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의 파도, 즉 생산가능인구=현역세대 수의 증감이다.' 책의 요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모타니 고스케 지음, 김영주 옮김,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동아시아, 2016, 375p.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자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기초로 GDP(국내총생산)의 증가와 일본의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일본 국내의 경기는 호전되지 않았는데 GDP같은 수치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양호하다고 말하고 있는 모순에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발견한 사실은 일본이 자랑하는 수출대기업, 즉 자동차나 전자부문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일본 국내의 소매판매액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로 따지면 현차나 삼전이 수출로 큰 돈을 벌었지만 그렇다고 국내의 불경기가 해소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일본 국내의 여러 도도부현都道府縣(일본의 광역행정단위)의 인구구조를 조사해 보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본 역시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경제활동참여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층이 유입되는 수도권 역시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적 감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노령층의 증가가 유입되는 젊은세대의 숫자를 상쇄하고도 몇 배가 남는 것이지요. 우리의 서울과 수도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의 인구비가 감소하고 이들의 소득 역시 증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체적인 수요감소, 다시 말하자면 내수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우리의 전후 베이비붐세대(한국전쟁 이후, 대략 1955~1963년 출생자)처럼 일본에도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습니다. 단카이세대(團塊世代 - 2차 대전 이후, 대략 1947~1949년 출생자)라 불리는 이들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는 이후 일본경제의 부흥과 함께 생산에 크게 일조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본의 수요를 증가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 역시 이들이 집을 장만하려는 거대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지금 노인이 되어 은퇴하는 세대가 됐습니다. 이들의 자녀세대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그만큼의 인구가 되지 못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단카이 세대의 손자손녀세대입니다. 인구가 더욱 줄었지요. 일본의 자산을 많이 소유했지만 소비성향은 낮은 단카이 세대 노인들과 원래의 급여까지 깎이면서도 실업난을 겪는 청년세대가 겹쳐지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감소 일로로 들어섭니다.
돈을 쥐고 있지만 꼭 쥐고만 있는 노인들과, 쓰고 싶어도 실업으로 돈을 못 벌거나 벌어도 급여가 충분치 않은 (게다가 절대적인 인구수로도 적은)젊은이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기업 역시 정상적인 경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팔아보려고 해도 사주는 이가 없는 사회에서는 생산 → 소비 → 생산 → ... 란 자본주의적 시장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리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대로 도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헐값으로라도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치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통화량이나 GDP같은 이야기와는 관련 없지요.
◆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극복하는 방법
저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이끌어냅니다.
1. 젊은 청년세대의 실질 소득과 급여를 올려서 충분한 내수를 만들어낼 것
2. 여성들을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시켜서 생산가능인구를 보충하고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경영권한, 승진 등)를 보장할 것
3.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체류자를 증가시켜 국내의 유효수요자로 흡수할 것
이 외에 크게 증가한 노인 인구를 케어하고 부양할 대책이 추가적으로 제안되어 있지만 이 부분은 생략하려 합니다. 이 대목은 저자의 주관적 전망이며 객관적인 분석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버산업의 미래와 노인정책의 비전을 찾는 독자시라면 꼭 읽어볼만한 제언이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을 읽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역사적 경로를 밟아온 일본의 이야기가 꼭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특히나 급속한 노령인구의 증가와 출산률 저하라는 상수는 아예 똑같지요.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불황도 데칼코마니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국가나 기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거나 결정하는 분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에 바쁘셔서 그런 여유나 의지가 있으실지는 모르시겠지만 말입니다. 낮은 가능성이겠지만 혹시라도 보실지도 모르니 저자의 주장을 조금만 옮겨보겠습니다.
우선은 작아도 좋으니 임금인상 → 매상확대→ 임금인상의 순환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천천히 확대해가는 노력과 그것을 위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적자로 고생하고 있는데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당신의 회사가 적자로 고생하고 있는 원인도 실은 일본의 기업사회가 젊은 세대를 저임금·장기노동으로 내몰아서 내수를 대폭 감소시켜왔기 대문입니다. 어느 시점에서 현역세대의 급여 수준을 올리지 않으면 내수=당신의 매상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현역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헐값에 팔아서 간신히 살아남으려고 하는 기업은 결국 일본 국내시장의 끝없는 축소를 촉진시킬 뿐입니다.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고 부르짖으면서 내수축소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는 많은 기업 관계자 여러분, 눈앞의 상황만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동정은 갑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은 완만한 자살행위일 뿐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비전상실 아니겠습니까?
- 모타니 고스케 지음, 김영주 옮김,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동아시아, 2016, 293~294pp.
갑자기 아시아 TOP10에 들겠다고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국내에서 가전제품유통회사나 렌트카회사, 신용카드회사 등 전형적인 내수산업에만 손을 뻗는 어떤 회사가 생각나는군요. 임직원과 하청업체 쥐어짜기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는 곳이지요.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단골손님이시구요. 골육상쟁으로 바쁘시겠지만 일본의 전례를 잘 알고 계실테니 부디 참고하셔서 현명한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군요.
◆ 한국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미시적인 우리의 이야기, 즉 먹고사는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의 젊은세대는 크게 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성,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거나, 구했다 하더라도 적은 급여에 혹독한 노동량을 강요받거나, 스스로 장사를 해보려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극심한 매출부진으로 고생 중이거나 하겠지요. 세 경우 모두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장사가 안되서 고생 중인 겁니다. 매출이 안느니 사람을 더 채용할 이유가 없고, 급여를 더 줄수도 없고 사람은 적으니 업무량은 늘고, 그러니 돈 없는 사람들이 치킨 두 마리 먹을 거 한 마리 먹거나 안 먹는 거지요.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요? 헬리콥터 벤이라 불렸던 벤 버냉키 전 FRB(미연방준비위원회-간단히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엄밀히는 다르지만.)의장의 말처럼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하겠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바로 '소고기 사묵겠지'요. 그럼 소고기집도 잘되고, 소고기 유통하는 사람도 잘되고, 소를 키우는 농민도 잘되고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파급되겠지요. 그래서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렇게 해도 노령층이 더 많아지는 인구구조에서는 충분한 내수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는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소고기를 드셔도 젊은 사람보다는 적게 잡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젊은 세대의 급여를 높이는 것을 제일 첫번 째 대책으로 꼽았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세대의 수요가 많고 소비성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원래부터 인구가 적은 북유럽국가들처럼 여성인력을 차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대책이 될 것입니다. 아, 그러면 아이는 누가 낳느냐구요? 책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높은 상관관계로 여성의 출산률과 맞벌이비율은 비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게 되면 생산가능연령 인구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감소율을 낮출 수는 있겠지요.
◆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서로가 사회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구미호 전설에 나오는 총각처럼 산속에서 홀로 자급자족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는 직장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자이며 제공자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른 회사의 소비자이며 고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서로 상품과 서비스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돈이나 상품, 서비스는 그 매개체일 뿐이지요. 이런 일련의 활동과 흐름을 두고 우리는 '경제'라는 아주 추상적인 용어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지극히 자의적이기 쉬울 수 있습니다. 그 목적은 그 말을 듣는 이를 기만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구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요. 선택받은 '747'같은 말보다 선택받지 못한 '저녁이 있는 삶'같은 말이 우리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듯이 말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간은 지금도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령층은 이미 인구의 전인구의 10%를 넘어선지 오래고 (2016년 기준 13.1%)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장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지만(일본도 수출로 먹고사는 나랍니다) 자영업비율이 경제활동인구의 35%를 차지하고, 해외시장도 불황인 마당에 내수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막혀버린 내수시장의 순환을 위해 큰 결단을 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의 양보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습니다. 정치적인 해결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고분고분 양보해 줄리는 없을 테니까요.
◆ 정치적 해법에 답이 있다
결국 경제의 문제는 분석까지만 경제의 영역에 머무를 뿐, 그 해결책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결의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독재국가나 봉건왕조국가(나 그런 아류 세습왕조국가)에서는 집권자 단독의 결단으로도 해결이 가능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의적 집단의사결정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법은 국민 다수의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의 결단에 의지를 가지고 이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사를 모은 뒤 요구한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요구는 없을 것입니다. 강고해 보이는 기존의 경제체제에 지친 나머지 희망을 잃은 분들이라면 특히 분발하셔야 할 것입니다. 남은 살아갈 날들이 그리 짧지 않을테니까요. 합리적 결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 파악과 냉정한 판단력이 필요할 것이구요.
선택의 시기가 다가옵니다.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기회를 놓치면 한동안 힘든 것이 아니라 때를 놓쳐서 영원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사회와 경제를 보는 눈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 다음이라면 '조선족을 수입하자'는 아무개의 발언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정치적 레토릭인지도 판단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사례는 이미 책에서 충분히 소개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희망을 모색하려는 끈질긴 시민들의 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