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개편된 팟캐스트 <읽다 보니>에는 ‘요즘, 무슨 책 읽어?’라는 코너가 있다. 사연자가 보내준 요즘 독서동아리에서 또는 혼자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팟캐스트 청취자들과 함께 사연으로 나누는 코너이다. 이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최신 독서리스트를 공유해 주고 있는데, 그중 거의 매달 사연을 접수해 준 ‘유진초이’라는 닉네임과 그가 활동하고 있는 ‘마두산책북클럽(산책당)’이라는 독서동아리 이름이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마침 몇 달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한 본 인터뷰 코너 참여 신청자 목록에서도 만난 독서동아리 이름이었다. 몇 달에 걸친 꾸준한 사연으로 이 모임에 대한 호기심이 부풀어 오른 나는 유진초이, 아니 최유진 님에게 동아리 인터뷰를 청하였고,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마두산책북클럽은 코로나 시대에 출발한 독서동아리이다. 많은 독서동아리가 서로의 안전을 바라며 오프라인 모임을 멈추고 있었던 그 시절, ‘비대면 강의’라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2021년 고양시립 마두도서관 독서동아리 토론 5회차 교육에 참여한 20명 중 10명이 모여 온라인으로 시작한 동아리이다. 첫 모임을 시작한 8월 이래로 매달 두 번씩 월요일 아침 9시 30분마다 만나고 있다. 격주의 독서토론만으로는 만남의 갈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벽돌책을 함께 모여 낭독으로 읽는 온라인 모임도 매주 금요일 밤마다 열리고 있다.
인터뷰는 사전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이후 얼마 전 3주년을 맞아 단체 티셔츠와 명찰을 맞춰가며 이날을 기념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는 마두산책북클럽의 68번째 모임에 온라인으로 함께 하였다. 이날의 토론 도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특별한 서사 없이 독백 같은 문장들이 어지러이 계속되는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 작가의 소설로 마두산책북클럽 회원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하며 함께 하였다.
마두산책북클럽독서동아리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최유진 | 토론은 한 달에 두 번, 둘째•넷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비대면(줌)으로 진행합니다. 토론 책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여러 장르로 동아리원들이 추천한 책을 상•하반기로 나눠서 6개월(12회)씩 선정해두고 진행합니다. 그동안은 각자 준비한 논제를 취합한 후에, 토론책의 추천자가 전체 진행을 맡고, 해당 논제의 발제자가 부분 진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매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있어, 이번 9월부터는 책의 추천자가 진행을 맡아, 진행자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진행 방법을 경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김석영 | 토론 외에 일주일에 한 번 낭독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 8시에 비대면으로 모여 한 시간 낭독하고 15분가량 낭독한 부분에 대해 나눕니다. 낭독 책은 벽돌 고전책을 위주로 하여 『코스모스』, 『총·균·쇠』, 『모비 딕』 등을 완독했습니다. 현재 『일리아스』를 낭독 중입니다.
회원들은 이전에도 독서동아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김석영 | 이전에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다닌 중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동아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동아리 회장을 맡게 되며, 동아리 운영방식과 독서토론 방법을 고심하던 중, 코로나 무렵 마두도서관의 강좌를 듣고 동아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독서모임 9개에 참여하며 학교와 도서관에서 아이들 독서토론과 책놀이, 인성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송선옥 | 독서동아리는 처음이에요. 코로나 시기였고 우연히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독서동아리 강연 개설을 보고 신청했어요. 혼자만이 아닌 같이 하는 독서가 하고 싶었고, 나의 책에 대한 이해와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올해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매번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연차를 내서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보람 | 2021년 3월에 고양시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전 거주 지역 도서관에서 그림책 모임을 3년 정도 했습니다. 지역사회 기반 모임에 참여하고자 듣게 된 강좌였는데, 실은 동아리를 결성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이사로 신변이 정리되어 숨통이 트이는 시기였습니다. 저의 목표는 꾸준히 책 읽는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두산책북클럽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정미화 | 이전에 독서동아리 경험은 없습니다. 처음 우리 동아리를 신청할 시기에 배움에 대한 의지와 내면을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여러 면에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오프라인 참여에 한계가 있지만, 동아리에서 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고소현 | 인생의 다정한 동반자를 얻었고, 책꽂이의 빈자리를 잃었습니다. 새 책이 생기면 난감합니다.
정미화 | 얻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독서력입니다. 책을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문해력이 길러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책으로 인생 수다를 떨 수 있는 동지가 생겨 외롭지 않습니다. 잃은 것은 없네요.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석영 | 동아리 일정과 개인 일정이 겹쳐, 모임에 자주 빠진 적이 있습니다만, 동아리원들이 이해해 주어 마음 편하게 그 시기를 넘겼습니다.
이보람 | 너무 많은 활동으로 동시에 여러 책을 읽어야 할 때 부담감에 슬럼프가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모임의 수를 줄이고, 읽어야 하는 책의 난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지적 노력과 몰입도를 조금 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또다시 책을 읽을 마음이 생깁니다.
정선아 | 개인적인 일(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로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다 그만두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내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고 힘을 내게 도와주는 곳도 ‘산책당’이었습니다.
최유진 | 슬럼프는 없었습니다. 처음 동아리를 결성할 때 리더를 일 년마다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2대 리더로 2022년, 23년 연임하면서 2년 동안 신나게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저도 재충전이 필요해서 2024년 투표를 통해 3대 리더를 선정했습니다만 그분의 사정으로 동아리를 그만두었습니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분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올해는 리더가 해온 일을 회원들이 나눠서 맡아 빈틈없이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 3대 리더를 재선정 할 예정입니다.
독서 토론 모임 외에 다른 활동 경험이 있나요?
김석영 | 2023년 경기도 여성가족재단의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만보탐사대’를 기획했습니다. 회원 한 분이 전체 진행을 맡아 독서 연계 탐방을 했는데, 활동 중에 ‘윤동주 문학관’에 갔던 날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날씨도 일정도 프로그램도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안영지 | 2023년 9월에 북인터내셔널에서 주관하는 ‘점자촉각그림책’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나의 비닐봉지』라는 환경을 주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는 책이었습니다. 책 면면에 재활용 재료를 오리고 붙여서 만들어 뜻깊었습니다. 완성된 책에 각자의 이름을 점자로 새겨 서울맹학교에 기증했습니다.
최유진 | 동아리원들과 2022년, 23년에 걸쳐 타 지역도서관에서 열린 ‘독서토론리더 양성과정’을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의 도서관을 매주 갔습니다. 만약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 성과로 2024년 고양시 초중학교에 독서토론수업을 나갔고, 고양시와 타 지역도서관에서 토론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동아리가 ‘같이의 힘’으로 일을 주었습니다.
고소현 | 동아리 회원들과 학교와 도서관에서 학생, 성인, 시니어 분들과 독서토론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하다 보니 수업 참여의 기회가 부족한 곳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시 내 작은 도서관, 복지관, 아동돌봄센터에서 독서토론수업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1365 자원봉사’에 마두산책북클럽을 봉사단체로 등록하였고, 봉사 내용으로 토론수업 연계를 요청해두었습니다. 자원봉사 수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비용은 독서동아리 활동과 관련한 공모사업 지원금 등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리 독서동아리만의 자랑거리나 특색이 있나요?
김석영 | 저는 현재 독서모임을 7개 정도 하고 있어요. 처음 참여했던 독서동아리는 학교 학부모 모임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과 연령대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마두산책북클럽은 반대로 굉장히 다양하고 주관과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처음 마두산책북클럽을 시작한 계기가 된 도서관 강좌에서 ‘책모임에서 나이, 직업 등을 포함한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배우고 시작했더니 정말 책에 집중하여 이야기하는 모임이 되었어요. 책을 좋아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연결된 고리에요. 그런데 각자의 다름이 이 안에서 어우러져요. 산책당과 다른 동아리의 차별점이라면 이 어우러짐 같아요. 또 이곳의 회원분들이 모두 배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들이라 톡방에서 끊임없이 누군가가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해볼까? 라고 이야기해요. 3~4년 알고 지냈는데, 7~8년은 된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엮어진 사람들의 연대감, 이것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정선아 | 책에 집중하여 이야기하는 모임이지만, 또 반대로 나의 신상의 변화를 항상 이야기하는 곳도 이 모임이에요. 시절 인연이 아닌 평생 인연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다들 내가 믿는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친구보다 더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나의 삶의 흐름에 대해 이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이제 찜찜한 기분까지 들어요.
이보람 | 저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못하는 사람이라 다른 분들보다 모임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모임마다 각각 성격이 다른데, 어떤 모임은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고, 어떤 모임은 자본주의에 관해 심도 있는 주제로 이야기한다면, 이곳은 더 다양한 책들을 만나는 곳이에요. 앞서 언급한 모임이 대학교 전문 분야의 공부라면, 이곳은 고등학교 같달까요? 좀 더 일반적이고 넓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시야를 넓혀 주는 거죠. 그리고 고양시라는 이 동네가 사실 중간에 한 사람만 거치면 다 아는 그런 곳인데 이 모임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다들 자신의 속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안전한 바탕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비밀 잘 지킬게요. (웃음)
동아리 참관 날의 진행과 발제를 맡은 최유진 님은 이날 꼼꼼한 발제문과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2시간의 모임을 이끌었다. 낯선 참관인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 같다고 하는데도, 사실 이들의 이야기와 토론은 마두산책북클럽만의 매력을 담뿍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함께 읽은 『아침 그리고 저녁』의 요한네스와 페테르가 오랫동안 서로의 머리를 잘라 주듯이 4년 차에 이르도록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여러 비언어적 소통이 제한된 온라인 모임임에도 동아리원들이 이토록 마음을 터놓고 안전한 공간을 같이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이들의 기꺼운 열린 마음과 다정함 덕분이지 않을까.
서로가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용기로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해나가고 있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었던 일곱 명의 발랄한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유명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서로의 다정함으로 함께하는 지금을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만들어 가는 이들이기에, 이 영화의 포스터에 담겼던 문구를 이번 원고의 제목으로 살며시 달아본다.
인터뷰 일시 : 2024년 9월 9일(월)
인터뷰 진행 : 윤진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