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리남 Oct 04. 2020

이게 친구야 웬수야? 프레너미에 대하여(frenemy)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심리 조작의 비밀]리뷰

제 글을 찾아와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영상도 보시고 좋아요와 구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계속 책을 리뷰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cAm_UF2EE


친구들끼리 만나 한창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갑자기 선하 씨의 사생활을 언급합니다.


“선하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고시원 생활하잖아? 대단하지? 나는 고! 시! 원! 생활 절대 못할 거 같은데 대단해!”     

다른 친구들에게 얘기한 적 없는 고시원 생활을 친구가 까발립니다. 생활력 있는 선하 씨를 대단하다고 하는 것인지 고시원 산다고 비꼬면서 맥이는 건지 알 수 없는 친구의 발언에 선하 씨는 기분이 나빠집니다. 하지만 대놓고 뭐라 그러진 못합니다. 아마도 이에 대해 기분 나쁘다고 따지면 돌아올 대답은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왜 그래? 너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는 거잖아?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입니다.     


본인의 주거환경을 아웃팅 당해버린 선하 씨는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직된 이후로 이와 같은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선하 씨가 연애를 시작하자 이 친구의 영역 침범은 더욱더 잦아졌습니다. 볼펜 모으는 취미에 <애 같은 거 말고 어른다운 것을 하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뮤지컬을 예약해서 볼 거라고 하면 <이제야 봐? 에구우>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학원에 등록했더니 <거기 말고 더 좋은데 있는데>라고 얘기합니다.      


진정으로 이 말들이 선하 씨를 위하는 말들일 까요? 아니죠. 사실은 선하 씨의 취미를 어른답지 못하다고 폄하시키고 뮤지컬을 보겠다는 기대감을 상실감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학원에 등록해서 열심히 공부하려는 선하 씨의 의지를 다른 데가 더 좋다는 말로 꺾어버렸죠.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 합리적인 대리 판단, 진정한 위로라고 말하면서 선하 씨에게 쩔게 느끼는 자격지심을 이렇게 표현한 겁니다. 맨 앞에서 언급한 고시원 생활도 마찬가지죠. 건수 잡은 겁니다. 이 친구는 선하 씨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만 불행하지 말고 너도 좀 불행했으면 좋겠다, 혹은 나보다 네가 더 잘되는 꼴은 못 보지라고 하는 것이죠.     


선하 씨에게 이 친구는 친구라고 얘기하지만, 실은 질투와 시기심을 남발하는 적입니다. 이런 사람을 프레너미라고 합니다. 프렌드(friend)와 에너미(enemy)의 합성어입니다. 경영과 경제 용어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즉 삼성과 애플 같이 서로 협력을 하다가도 경쟁을 하는 관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삼성이 애플에게 반도체를 판매하고 애플은 이를 사들이지만 동시에 둘은 최대 경쟁제품인 갤럭시와 아이폰 시리즈를 생산합니다. 즉 프레너미(frenemy)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이라는 두 상반적인 단어의 합성어로 “근본적으로는 혐오하거나 또는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사람" 또는 "친구와 적의 특성을 함께 갖는 사람"을 말합니다.(위키백과).     


다시 돌아와서 인간관계와 심리학적으로 보면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인데 친구란 이름을 가장한 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들은 막말을, 상처 받는 말을, 나의 개인적이고 소중한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고 들어옵니다.      


이 얘기를 제가 지금 드리고 있을 때 혹시 떠오르는 친구가 있나요? 아니면 혹시 에이, 설마 하고 계신 건 아닌지요?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분명 떠오르는 그 친구가 프레너미가 확실한데도 그것을 인정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프레너미의 특징을 알려드린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프레너미는 내가 잘 되는 것을 못 참아합니다. 질투합니다. 시기합니다. 여러분의 성공에 대해 평가 절하합니다. 예를 들면 “그래도 네가 붙은 회사보다 다른 데가 더 좋지 않아?”라고 하며 나의 성공을 평가절하합니다. 속으로는 속이 부글부글합니다. 내가 잘된 것에 절대 칭찬하지 않습니다. 실패에 대해서는 아주 잘 비난합니다. 내가 좀 더 잘 되고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든 가치를 낮춰서 망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둘째, 내 삶에서 가능한 모든 부정적인 것을 찾아냅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트집을 잡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신기하게도 내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문제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지적하고 말해줍니다. 뭐 극단적인 예를 들면 [너 면접에서 자꾸 떨어진다며? 눈 수술해보는 건 어때? 너 안 이쁘거나 인상 안 좋은 건 아닌데 쌍꺼풀이 없으니까 좀 차가워 보인달까?]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거죠. 조언을 가장한, 또는 유머나 재미를 가장한 파괴적인 비난과 비판을 가하고 훈수를 둡니다. 잘 될 때는 칭찬하는 법이 없더니 내 삶이 잘 안 돌아갈 때는 이상하게 와서 위로 같지 않은 지적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셋째,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뒷담을 합니다. 내가 빠진 자리에서 다른 이들에게 내 험담을 합니다. 내가 자리에서 사라지면 “쟤는 열심히는 사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안 나오지 않아?”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마저도 뭔가 직접적인 비난은 아닌데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으로 인해 내 이미지는 뭔가 나빠집니다. 열심히 살지만 결과 안 나오는, 비효율적인 인간으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죠. 또 반대로, 나랑 있으면 다른 사람에 대한 뒷담을 합니다.      


넷째, 관계가 오래되지 않은 사이라면, 급격히 친해지려 하고, 삶의 많은 것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시시콜콜한 것을 하나하나 묻기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오픈도 쉽게 합니다. 자신을 오픈하는 프레너미를 믿고 내 모든 것을 오픈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나는 그 친구의 단점이나 안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데 프레너미는 나의 안 좋은 점을 찾아내고 공격하고 비꼬고 나를 감정적으로 점점 괴롭힙니다.     


이렇게 프레너미의 특징을 알아봤는데요, 이 프레너미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런 짓을 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나보다 더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게 되는 겁니다. 내가 더 위에 있어서 내가 이 관계를 지배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이에 대해 쾌락을 얻고 욕망을 충족하는 겁니다. 실제로, 팩트체크해보면 나보다 못한 이 친구가 나를 깎아내림으로써 심리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친구죠?      

하지만 진짜 불쌍한 사람은 프레너미가 아닙니다. 진짜 불쌍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런 프레너미의 말과 협잡질에 <진짜 그런가?>하고 넘어가는 사람입니다. 진짜 친구가 내게 조언해준 건데, 그렇지 않을까 믿어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자기 말에 흔들려주면 승리의 미소를 짓고 푹 잠을 잘 것입니다. 여러분은 친구의 진심 어린(?) 충고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는데 말이죠.      


이런 친구는 사실 끊어내는 것이, 친구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정답입니다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바로 말 그대로 프레너미, 친구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나를 괴롭히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친구라는 방어벽 뒤에 숨어서 여러분의 마음을 기분 나빠지는 탄환으로 저격하는 저격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친구와 우정이라는 이름 앞에 여러분의 마음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심리 조작의 비밀]에서는 사람은 누군가 처음 만났을 때, 친밀감을 느끼면 이것이 애정이나 신뢰로 발전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친밀감을 느끼고 애정이나 신뢰로 발전한 대상에게 심리 조작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또 바꾸어 말하자면 애정과 신뢰가 결핍된 사람, 애정과 신뢰가 필요한 사람이 바로 심리 조작을 당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제가 얘기한 프레너미의 특징에 정확히 부합하는 친구가 있음에도 끊어내기가 쉽지 않은 분들이 특징이 있다고 했었죠? 그런 분들은 혹시나 내가 애정이나 신뢰에 결핍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내가 다른 이에게 쉽게 의존하는 성격은 아닌지도 꼭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100%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맹신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프레너미에 대처하는 법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는 ‘왜 나는 이 친구와 만나서 감정을 상한가? 꼭 이 친구를 만나야 하는가? 나는 왜 이 친구를 끊어내지 못하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첫째로, 정확하게 상황 파악을 해보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내 안에 결핍된 것을 친구가 주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오래 함께 해온 친구이기 때문에, 혹은 이 집단에서 이 친구가 아니면 친한 사람이 없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친구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내온 사이지만 프레너미인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된 친구인 프레너미는 속으로 생각하길 [한 번도 나를 앞서지 못했던 친구 같은데, 나보다 이젠 잘 나가네?]라고 생각해서 프레너미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관계로 만난 프레너미에게는 같이 속한 집단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기 위해 여러분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세게 이야기하자면 여러분을 만만하게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인지 정확히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마음은 어떤 것이어서 이 사람과 떨어지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 사람은 나한테 이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둘째,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그 친구와 나를 함께 아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해보는 것보다는 다른 친구들이나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프레너미와 함께 아는 친구들은 프레너미가 미리 심어놓은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여러분을 더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으니깐요.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잘 전달해서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그 프레너미와 만나게 된다면 이제 자신의 감정을 단호하게, 냉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결단력을 갖고 행동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또 어리바리하게 대처한다면 그 프레너미는 계속해서 여러분 감정을 갉아먹을 것입니다. 프레너미는 집에 가서 발 뻗고 잠들겠지만 여러분은 또 괜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고민하고 그럴 것입니다. 그렇지 않도록 단호하게 여러분의 기분 나쁜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네가 내가 고시원에 산다는 말을 한 것이, 내 허락을 구하지 않고 말한 게 기분이 나빠]라고 내가 기분 나쁜 부분을 정확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물론 프레너미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너 너무 예민하다], [농담인데 진담으로 듣는다]등의 말로 이야기할 겁니다. 그에 대해 마음이 약해지지 말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세요. 계속 여러분을 갉아먹는 그 프레너미는 친구가 아니라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농담을 못 받아들이는 선비로 만드는 적 이니깐요.      

프레너미는 나의 감정을 갉아먹는 뱀파이어다. 프레너미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표시하면 프레너미는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네, 결론적으로 이런 친구나 동료는 끊어내는 것이 답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이 친구가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또 이 관계를 잃고 싶지 않다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보도록 하세요. 이 진심에도 오히려 인상을 쓰고 역정을 내는 사람이라면 그때 그 관계를 정리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상 프레너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프레너미에 대한 내용은 유은정 작가님의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의 초반부 분과 아래 더 보기 란에 소개한 웹사이트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프레너미에 대한 심리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관련된 내용인 [심리 조작의 비밀]이라는 책에서도 내용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에너지를 빼앗는 '부정적인 사람' 대처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