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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이도연 인터뷰 下

미움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대본을 쓰고 있습니다

by 부크럼




그런데 이제, 도망치지 말고

직면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솔직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글을 사랑하고 글과 살아가는 작가 이도연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Q8. 창작은 위대한 일이라는 걸 매 순간 느껴요. 작가님께서는 소설의 결말을 미리 정해 두고 글을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결말을 결정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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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 결말은 정해 놓고 쓰는 편입니다. 장편 소설의 경우, 전체 줄거리인 트리트먼트를 쓰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큰 구성은 모두 정해진 채로 시작합니다. 물론 몇 개월, 또는 몇 년에 걸쳐 소설을 쓰다 보면 주인공의 감정이나 상황이 변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정해진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지, 과정으로 인해 결과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Q9.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창작의 침체기를 벗어나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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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 아침에 눈을 뜨면 책상 앞으로 출근해서 잠들기 전까지 글을 씁니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고요. 그래서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써지지 않을 때는 없는 편입니다. 쓰기 싫은 때가 있을 뿐이죠. (^^) 그럴 땐 쓰지 않고 주인공 생각을 많이 합니다. 꿈도 주인공 꿈을 꿀 정도니까요. 그때가 되면 안 쓰고는 못 배기니까, 그냥 쓰는 거죠.



Q10. 작가님께서 쓰신 글 중 가장 여운이 짙고 마음이 가는 구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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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 '대아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눈을 뜨고 눈을 감는 모든 시간이 죽음과 함께였다. 배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고, 서로에게 짓눌려 죽고, 휘청이다 차에 치여 죽었다. (중략) 대아는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수백 번도 넘게 반복 재생하고, 화질을 개선해서 더 선명하게 죽도록 했다.' - 『선희』 中

대아와 황민구 박사님을 떼어 놓고 볼 수가 없었는데, 이 구절을 쓸 때 박사님의 직업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 봤습니다. ‘멋있다. 정의롭다.’ 하지만 더 생각을 깊이 해 보니 안쓰럽더라고요. 누군가의 죽음을 선명하게 해야 하니까요. 쓰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Q11. 현재 새로운 드라마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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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 2024년 5월에 출간한 장편 소설 『비혼 엔딩』을 각색하여 드라마 극본으로 준비 중입니다. 프러포즈를 받은 날 구역질을 하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일시적 비혼을 선언한 여자 주인공과 여자친구에게 결혼 통보를 받은 모태 비혼인 남자 주인공의 비혼 로맨스입니다. 결혼해도, 결혼하지 않아도, 혼자 살아도, 아이를 혼자 키워도 위축되지 않고 미움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대본을 쓰고 있습니다.



Q12. 작가로서의 여정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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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 첫 책을 출간하던 날입니다. 부크럼에서 제 첫 책인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를 출간하고, 나는 드라마 덕후로서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 덕분에 드라마 작가까지 되었으니 제게는 더없이 의미 있는 순간이지요.



Q13. 2024년도 차츰 마무리되어 가네요. 올해 소망한 일은 모두 이루셨나요? 새해 소원을 미리 빌어 본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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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3. 첫 번째는 제가 만든 작품 속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고 독자와 시청자에게 오롯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소원이고요. 두 번째로는 현실적으로… 『선희』와 드라마가 모두 대박 났으면 좋겠습니다. (^~^)



Q14. 마지막으로 『선희』를 읽고, 정의와 희망을 발견하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이런 때에 책 홍보를 해야 한다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하지만 시대를 기억하고 시대를 기록하는 일이 작가이기에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의 울분을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2025년에는 끝끝내 하는 데까지는 해 보자는 대아의 결심처럼, 독자님들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일들이 끝내 이루어지는 해피 엔딩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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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의심하고 단정한다. 그 사람을 알려 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때론 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숨어 있는 줄은 모르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언제나 작은 불씨와 밝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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