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하승완 인터뷰

그 시간은 이미 충분히 우리의 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by 부크럼




지금 이 시간은 언젠가 마주하게 될 눈부신 날들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쌓여 온 날들이 모여 마침내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러니 우리 함께 걷자.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길을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이 길 끝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묵묵히 한 걸음씩. 같은 어둠 속에서도 서로 다른 희망으로.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날들이었다.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멈추지 않으려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맡은 일만큼은 잘 해내고 싶어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고, 혹여 부족해 보일까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괜히 짐이 될까 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은 그 밤에 조용히 묻어 두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알게 된다. 그 모든 순간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아픔과 좌절로만 보였던 날들조차 결국은 내 편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10만 독자가 사랑한 하승완 작가가 3년 만에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로 다시 독자 앞에 섰다. 이번 책에서 그는 지나온 날들이 우리의 편이 되어 준다는 마음을 담아 또 한 번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가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세 번째 신간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3년 만에 새로운 책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나게 되셨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분들도 많았던 만큼 감회가 더욱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된 소감과 함께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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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려 온 순간을 다시 맞이하게 되어 벅차고도 반가운 마음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늘 혼자였지만, 그 끝에서 독자님들을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벅차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책은 저에게도 다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꺼낸 이야기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지나온 시간이 과연 나의 편이었는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어야 했습니다. 그 질문의 끝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잘 해낸 날보다 버텨 낸 날들이 더 많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 책이 어떤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잠시 기대어 갈 수 있는 문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마주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Q2. 지친 하루 끝에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제목과 케이크 표지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치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듯한 다정한 위로가 전해져요. 작가님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음을 안고 돌아가길 바라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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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이 책을 덮는 순간, 아주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늘 하루도 잘 지나왔다’는 마음만은 오래 머물렀으면 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늘 더 잘해야 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곤 하잖아요. 하지만 가끔은 그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케이크를 선물 받는 날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스스로를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독자님들께 나지막이 속삭이듯 건네는 작은 선물 같은 존재로 남기를 바라요.



Q3. 평소 작가님의 피드에서 보던 통통 튀는 귀여운 그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글이 이어집니다. 온도가 다른 글을 함께 써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작가님이 가장 오래 고민했던 지점이나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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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까’였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예쁘게 다듬고 싶은 마음이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자 했습니다. 덜 다듬어진 문장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만큼은 숨기지 않으려 했거든요.

귀엽고 가벼운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달리, 글에서는 제 안의 깊은 부분을 꺼내야 했기에 더 오래 머뭇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심을 담아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갔습니다.



Q4.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집필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되새겨 보았던 문장이 있다면, 그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가는 구절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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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나는 힘들다는 말조차 버거울 때면 바다가 보고 싶더라고.”라는 문장을 여러 번 되새겼습니다. 어떤 날들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잖아요. 괜히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봐, 혹은 스스로 그 마음을 인정하는 일이 더 버거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삼켜 내게 되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이유 없이 바다가 떠올랐습니다. 아무 말 없이도 나를 온전히 다 받아 줄 것 같은, 그 넓고 깊은 풍경이요.

이 문장은 그런 시간을 지나오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감정에 가까웠습니다. 말로 다 꺼내지 못한 마음을 대신 안아 주던 장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문장은 저에게 단순한 문장을 넘어,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조용히 이해해 주는 하나의 공간처럼 남아 있습니다.



Q5. 회사 생활과 집필 작업을 병행하는 일이 여러모로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듯한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글을 쓰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나 글을 쓸 때의 루틴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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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정해진 루틴이 있었다기보다는 틈틈이 시간을 모아 글을 써 왔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고요해진 밤이나,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같은 때에 조금씩 문장을 쌓아 갔습니다.

회사 생활과 함께하다 보니 몸이 지쳐 있는 날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오히려 숨을 고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 짧은 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시간이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Q6. 차가웠던 공기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니 괜히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는 요즘입니다. 작가님은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개인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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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올해는 조금 덜 조급해지고 싶습니다. 그동안은 늘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많이 몰아붙여 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오래 걸어갈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글도 삶도 모두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님들과 만나는 시도도 이어 가 보고 싶습니다. 글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을 천천히 고민해 보려 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를 읽고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7.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날에도,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당신이 걸어온 시간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날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고, 그 시간은 이미 충분히 우리의 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처럼 당신의 속도로 걸어가 주세요.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이 결국 당신을 가장 빛나는 자리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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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멈춤을 응원한다. 천천히 걸어가는 당신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다. 멈춰 선 순간까지도 당신 안에 머물던 용기였을 테니까. 당신이 쏟아 낸 그 지난한 시간은 지금의 당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절이었을 테니까."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 위의 시간들을 의심하지 않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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