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조건 사게 되어 있다.: 우연한 소비는 없다
옷의 최종 샘플이 왔다. 겨울의 적막을 지나며 준비한 여름옷을 살피는 시간.
봄의 한복판에서 여름옷을 더듬으니 얼굴에 미열이 돈다.
문장의 마침표 찍듯, 완성된 옷에 케어라벨을 살폈다.
전달해야 할 모든 사실들이 기호와 문자로 따박따박 박혀있다. 말 그대로 방점.
이제 이 케어라벨은 언어가 박탈된 옷에서 외따로이 메시지를 지탱할 것이다. 든든하다.
이제 고객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일상에서 잘 들여다보지 않는 케어라벨까지 챙기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마지막까지 할 말은 케어라벨에 모조리 담았다.
고객이 옷을 집어 드는 순간까지, 그때까지 즐거이 기다려보는 수밖에.
옷 속에 케어라벨을 잘 숨겨놓았으니. 어린 왕자 말마따나 아름답겠다.
책 소개
MD. 상품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사람.
굳이 따지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처럼 편집숍의 MD로 특정 콘셉트를 가지고 상품과 브랜드를 가지고 와 고객에게 선보이는 MD도 있고, 한 브랜드의 소속으로 옷을 기획해 생산하는 기획 MD도 있고, 해외 브랜드를 직접 가지고 와 국내 고객에게 판매하는 바잉(buying) MD도 있고, 백화점과 같은 유통 채널과 협업하며 고객과 접점을 찾아내는 유통 MD도 있고, 매장의 내·외부를 꾸며 고객에게 상품과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비주얼 MD(VMD)도 있다. 늘어놓고 보니 많다.
따지고 보면 일상의 모든 구석에 존재하는 상품을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을 MD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거시적으로 봤을 때 사회 구성원 모두는 어떤 한 분야의 MD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