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돌아본 나의 인생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中
<책 속의 이야기>
나는 연인들에게서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할 아빠 같은 사람을 찾아다녔다. ‘서른 넘어서 무슨 부모 타령이야.’ 사람들은 말하지만, 내 안에 아빠의 사랑을 갈망하는 15살 소녀가 살고 있다. 아빠는 내가 15살 되던 해, “애들은 어떻게 해!”라는 엄마의 외침을 무시한 채 뒤돌아 나가버렸다. 그날의 장면이 오래도록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지워지지 않을지 몰랐다. 연애를 시작하면 트라우마를 연인으로서 충족하려 하 는 이기심이 자꾸 튀어나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혼자 남지 않으려고 애썼다. 반복되는 연애 패턴을 어떻게든 떨쳐버리려고 해봤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바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했다.
악순환이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 그리고 떠난 자리에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웠다.
나의 마지막 연애는 집안의 차이로 헤어졌다. 남자의 부모가 나의 배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선 남자가 부모의 반대에 맞서지 않았다. 얼마간 무너졌고, 모든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그 동안 콤플렉스라고 여겼던 나의 부모와 배경이 어쩌면 문
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연인을 잃은 것보다 온 힘을 다해 길러준 엄마를 잠시나마 원망했다는 사실이 더 후회스러웠다. 무엇보다 내가 나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것이 몸서리치게 괴로웠다. 나의 환경들을 비난하고 상처 내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남자는
없었다. 문제는 그도, 그의 부모도 아닌 나의 자격지심이었다.
“혜윤아, 난 백마 탄 왕자가 아니야. 너의 아빠도 될 수 없어. 한 남자로 존중받고 싶어. 가끔은, 나약하기도 하고 위로받고 싶기도 해.”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서 아빠를 찾아내는 역할극을 그만두려 한다. 곁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완전해지려 않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애쓰지 않고, 상처를 억지로 덮으려고도 하지 않으려 한다.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를 이용 하는 일은 그와 나를 더 상처받게 할 뿐이란 걸 느낀다. 아빠의 뒷모습을 영원히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지만, 그 시절 아빠의 나이를 넘어서며, 그를 조금은 이해해보려 한다. 우리의 부모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약하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일 뿐 이란 걸.
나의 아빠.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를 이해하게 되면, 나는 나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