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는 큰 사회적 실험이었다. 준비가 없이 급격하게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수주 간의 재택근무 경험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도 많았겠지만, 실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미래’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매일 수천 명이 방문하던 미디어 회사 건물에 지난 8주 동안 수십 명 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미디어 서비스는 계속”되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매일 1시간 넘게 출퇴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일해도 충분한 것 아닌가 하는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을 들여서 건물과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성을 재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재택근무의 비중이 매우 적었으며(0.1% 미만으로 추정), 가장 높은 재택근무 비율을 보여주는 네덜란드도 13.7%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직업 알선 사이트들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략적으로 60% 정도가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도 68% 높았고, 71% 정도가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는 ICT 기업이 활발하게 채택하였으며 기간도 길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전반적으로 1개월 이내였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당연히 출퇴근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아도 된다. 직장인들의 전국 평균 출근시간은 34.2분, 퇴근 시간은 11분 더 길어 45.1분이다. 전체 출퇴근 시간은 79.3분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96.4분, 인천 92.0분, 경기 91.7분, 대구 88.1분 순으로 길다. 가장 짧은 지역은 전라남도로 66.6분이다(국가교통 DB, 2019.6.30). 2019년 국토교통부에서 교통카드 사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사람은 무려 하루 평균 719만 명에 달한다.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긴 시간을 출퇴근으로 낭비하는지 모를 수 있다. 긴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 낭비, 자원 낭비가 앞으로는 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빌딩의 사무실은 텅 비었으나 기업은 유지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업들은 사무실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리스(Barclays) CEO는 이렇게 말했다.
“7천 명의 사람을 한 빌딩에 넣는다는 생각은 과거의 것이 됐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사장도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은행들은 훨씬 더 적은 건물(부동산)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공동 업무 공간, 고정 자리 없는 사무실 등으로 임대료를 절약하려고 노력해왔다. 사실 가장 확실한 임대료 등 사무공간 비용 절감 방법은 재택근무였다. 직원이 일의 50%를 재택근무 하면 회사는 직원당 연간 약 1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직원도 교통비 등의 절약으로 연간 2,500~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기 시작하면, 도심의 상권도 침체되는 연쇄 현상이 예상된다. 도심의 상권, 식당과 술집, 식료품점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기차 등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교 베커프리드먼 연구소는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 올해 4월까지 사라진 일자리의 약 42%가 영구히 사라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도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도심으로 몰리는 출퇴근과 교통량이 감소하면 서울(수도권) 도심의 부동산과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은 업무의 공간 이외에 의사소통, 창조, 회의, 숙고 및 사교를 위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중된 개별 업무의 공간은 집이 될 것이고 사무실은 회의, 브레인스토밍, 워크샵, 문화 및 교육 허브 등 집단적인 교류 및 상호작용을 위한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거주지,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로컬에 사람들이 몰리고 로컬이 일상의 중요 지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사무실)가 일상의 주요 공간이었을 때는 회사가 있는 도심지가 중요하였으나,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 거주지 중심으로 일상 활동이 늘어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의 경험을 배우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고, 문화와 여가 활동을 줄기는 공간으로서 커뮤니티가 재조명받게 될 것이다. 생활, 학습 및 업무와 같은 모든 종류의 기능을 결합하고 혼합한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등장도 예상된다. 이는 산업사회, 회사인간의 시대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인간이 시민(커뮤니티의 주민)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1회차: 뉴 노멀(New Normal) ―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 (6/15)
2회차: 산업 팬데믹이 몰려온다 1 ― 금융·자동차·항공·해운·호텔·관광 편 (6/16)
3회차: 산업 팬데믹이 몰려온다 2 ― 유통·패션·식음료·엔터테인먼트·의료 편 (6/17)
4회차: 고비 넘기면 찾아올 ‘반짝호황’… 그러나 어두운 자영업의 미래 (6/18)
5회차: 재택근무가 불러오는 파급효과 (6/19)
6회차: 부동산 시장의 격변 1 (6/22)
7회차: 부동산 시장의 격변 2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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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뉴 노멀: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의 본문 일부입니다. <출간 전 연재> 공간에 맞춰 일부 편집된 부분이 있으므로 실제 도서의 내용과 다소 상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