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sdotfive Jul 25. 2016

제1회 책:밥 시식회

먹느라 배터지는줄, 웃느라 배꼽빠지는줄...


16.07.24.  

발전소책방.5의 제1회 책:밥 시식회(파뤼~~)에 오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덕분에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고, 함께 떠들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짜로 우리 동네에만 있는 책:밥을 맛나고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사실 정해진 오프닝 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전까지만 해도 책방지기들은 긴장했습니다.

‘아무나 오세요’라고 했는데 정말 아무도 않오면 어떻게 하지?

몇 되지 않은 인원이 듬성듬성 앉아 서로가 민망해하면 어떻게 하지?

온 사람들마저 우리의 얘기가 재미없다고 썰렁해하면 어떻게 하지?


파뤼가 시작되고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하나 둘 모여 들면서 우리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전소책방.5의 ‘쩜오’ 정신이 그러하듯 우리의 상차림과 시식회 또한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함께 해준 우리 이웃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야기로 어마무시하게 풍성해졌습니다.   


어마무시한 풍성함으로만 놓고 보자면 우리 동네 노래모임 ‘파노라마’의 합창 공연이 압권이었습니다. 앉아있는 청중들의 숫자와 맞먹는 노래 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더니 일사분란하게 악보를 펼쳐들고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너무도 아름답게 불러주셨습니다.

합창에 앞서 앵콜곡을 절대루 절대루 준비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강조하셨건만 갑작스런 앵콜 요청에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기꺼이 <천리길>, <그루터기>, <광야에서>를 연달아 추가로 불러주셨답니다.

이후에도 앵콜은 준비하지 않았지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더 있다는 특급 노래 대원들의 강하고 애절한^^ 눈빛을 아쉬움으로 남겨둔 채 ‘파노라마’의 합창 공연은 그렇게 우리의 시작을 더 없이 풍성하게 열어주셨습니다.

감동의 도가니... 동네 노래모임 '파노라마'의 합창


구전으로 내려오는 파노라마의 성장기는 발전소책방.5가 닮아가고 싶은 또 다른 모델이기도 합니다. 노래가 있는 마을이 더 행복하다는 한 사회조사 결과를 우리 마을에서 실현해 보자며 동갑내기 동네친구 4~5명이 실험과 놀이처럼 시작한 모임이 기존 멤버들의 가족이 결합하고, 또 이웃 가정을 고무마줄기 엮듯 주렁주렁 엮어내면서 내면서 지금은 20여 가정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놀이하듯 느슨하게 매주 모여 사는 얘기를 노래로 풀어내며 오순도순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동네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래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 그리고 여전히 손님들과 아이들이 들고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발전소책방.5와 책방지기들, 그리고 오늘의 책:밥 시식회에 대해 간단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방지기들의 개개인의 사연과 함께 발전소책방.5를 시작하게 된 배경, 발전소책방.5의 첫 번째 동네BOOK 프로젝트로 시작한 오남매의 여름 책:밥상과 오늘의 책:밥 시식회 메뉴 설명까지 어수선한 분위기와 어울리게 화기애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물론 책방에 왔으니 책을 꼬옥 사셔야 한다는 얘기를 콕 짚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책방지기들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정말 많은 분들이 책:밥을 많이 많이 사드셨습니다. 이 글을 빌어 기꺼이 책:밥으로 과식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이웃들의 사람책 대출이 잦아지는 발전소책방.5를 꿈꾼다는 마담
커피발전소에서 맛난 커피 볶듯  이웃들의 맛깔난 이야기 볶는 발전소책방.5를 꿈꾼다는 뺄쌤
시시하다 생각되기 쉬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결코 시시하지 않게 카메라 렌즈에 담듯 담아낼 수 있는 발전소책방.5를 꿈꾼다는 시시

(쑥스러움 많은 덧쌤과 이콜은 숨은 그림찾기 퍼즐처럼 이웃들의 자리에 숨어있었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어서 시작된 책:밥 경매...

경매에 붙여진 책의 주인에게 낙찰가가 돌아가지 않는 이상한 책:밥 경매를 진행하였습니다.

발전소책방.5가 생각하는 책의 가장 큰 유의미성은 우리네 이웃을 알아 가는데 매우 유용한 매개가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 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지, 이 책을 읽었던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고, 있을 것 같은지, 누구와 함께 이런 모든 생각을 공유하면 좋겠는지를 생각하며 그런 것들을 함께 나누기 위한 매개로써의 책, 그리고 그런 책을 매개로한 나눔의 장으로써의 발전소책방.5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런 발전소책방.5의 목적성과 이번 오프닝 책:밥 시식회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인 책:밥 경매입니다.

책방지기들을 포함한 몇몇 지인들이 자신의 서가에 있는 책 중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을 책:밥 경매용 책으로 기증하고 기증자의 손때와 의미가 한가득 묻어있는 그 책을 경매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책을 기증해주신 분들께 최종 낙찰된 금액은 발전소책방.5가 다음 책:밥상을 차리기 위한 장보기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또 현장에서 참여하신 분들께도 동의(라기 보다는 강요? ㅋ)를 구하고 본격적으로 책:밥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본격적으로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커피발전소의 쥔장이자 발전소책방.5의 책방지기인 뺄쌤이 이번 책:밥 경매를 위해 흰장갑과 수건, 그리고 최종 낙찰을 공표하기 위한 망치까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준비를 했기 때문입니다. 뺄쌤의 전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발전소 쥔장에서 경매사로 변신한 뺄쌤의 활약에 즐거워하는 참석자들


그렇게 사전에 기증받은 7권과 현장에서 접수된 3권, 총 10권의 책:밥 경매와 우리 동네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까지 총 11점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었습니다.



경매가가 쭉쭉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모두가 과하지 않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선에서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경매사로 변신한 뺄쌤의 활약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경매가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주신 이웃 귀부인님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예상치 못한 즐겁고 훈훈한 일도 있었습니다.

책 기증자인 열매가 다음달에 새롭게 맞이할 새식구에 대한 얘기를 하자마자 신생아 기저귀로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귀부인이 나타나 바로 최고가가 아닌 최고가치로 낙찰 되었습니다.

또 어른들의 책:밥 경매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던지 동네 이웃인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자신의 아끼는 책을 2권이나 내어놓고 1,000원에 경매를 시작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이웃 동네에서 놀러온 6살 친구에게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낙찰받은 이웃분들의 사연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런 아쉬움은 다음번 책:밥 경매를 통해 채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깔맞춤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의 힘으로) 최고가 낙찰의 위엄을 달성해주신 나는책 출판사 고재은 대표님..
모두의 시선을 모으고, 귀를 쫑긋하게 만든 안소영 작가님의 경매 책 소개


파뤼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책:밥 경매, 그리고 제1회 책:밥 시식회는 마담의 절친인 권소현님의 아름다운 노래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들고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무반주로 듣는 아리아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이런 것도 우리 동네에서만 가능한 것이겠지요?

아름다운 노래로 대미를 장식해준 권소현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전소책방.5의 ‘쩜오’ 정신이 그러하듯 조금 모자란 듯 준비한 제1회 책:밥 시식회는 우리 이웃들의 참여와 이야기로 차고 넘쳤습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말이죠.


발전소책방.5 출발한지는 몇 개월 되었고...

또 작은 동네 책방들이 살아남기란 참 어렵지만...

다섯 분의 개성이 합쳐진 동네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커발+책방의 발걸음을 앞으로도 기대하고...

많이 많이 축하드리는 맘이다...


발전소책방.5의 친구인 여현미님의 마음과 같은 우리 이웃들의 축하와 기대에 부응하는 발전소책방.5가 되도록 더욱 더 신나게 달려보겠습니다.


잘 먹고, 잘 놀아주셔서 모두모두 증말증말 감사합니다~~  


이 글과 함께 개재하는 대다수의 사진은 발전소책방.5의 친구 서상일님과 여현미님의 보내주신 것입니다. 사진으로 소감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만 오셔도 되는데 선물까지 전달해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한에서만 적어보자면 뜨끈뜨끈한 시루떡을 선물해주신 권소현님, 이따시만한 대형칠판 세트를 선물해주신 여러가지협동조합, 예쁜 화분을 선물해주신 교하도서관/중앙도서관 임직원 여러분, 케익과 홈메이드 음식을 선물해주신 친구들과 이웃 분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by 마담&소소


매거진의 이전글 16.07.24 같이 놀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