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의 서막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러한 사랑의 감정으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나는 감히 국토박물관의 길눈이 되어 나의 동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국토의 역사와 미학을 일상 속에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ㅡ남도 답사 일번지>
책을 펴내면서
국토 박물관에 눈길이
나는 십 수 년 전에 이 책을 분명히 읽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구절은 이 한 구절 밖에 없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저자가 왜 이 이야기를 했는지 그 전후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들춰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진정으로 새겨 담아야 할 이야기는 바로 그 뒤에 있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앎의 비결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어서 사랑의 감정으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고백한다.
동네BOOK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문장은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빌려와 우리 책방지기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그러한 사랑의 감정으로 책을 통해 우리 이웃의 삶을 답사하면서 우리는 감히 우리 동네의 길눈이 되어 우리의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우리의 삶을 나누며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었다. 그것이 이 동네BOOK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듯, 동네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정신의 복원 또한 어떠한 노력 없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해서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사랑으로 알아가는 노력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시도해 보고자 한다. 책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즉 사람을 통해 책을 만나고 다시 사람을 만나는 동네BOOK의 동네북을 울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동네BOOK의 북재비는 우리 책방지기들 스스로가 되어보기로 했다. 먼저 각자의 삶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읽었던 책들 중 주제를 관통하는 4~5권을 선정하여 책의 내용을 ‘내’가 보고 느낀 열쇠말들로 재정리해 보기로 했다. 이후 책방에는 별도의 섹션을 구성하여 개인별 주제의 열쇠말들을 각자의 개성대로 사진, 글, 그림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고 선정 책들과 함께 진열하려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후 우리의 이웃들을 초청하여 ‘나’의 책을 통해 ‘너’를 만나고 ‘우리’가 되는 (아직을 알 수 없으나) 아주아주 색다른 방법으로 ‘동네BOOK 낭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첫 번째 시즌을 마감하고자 한다. 여기서 굳이 첫 번째 시즌이라고 표현한 것은 향후 대상별(어린이, 청소년, 가족 등) 또는 주제별로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으로 우리 이웃을 통해 책을 만나고 또 다른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동네BOOK의 변주를 시도해 보려하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들이 북재비가 되어 준비한 동네BOOK의 동네북이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긴장과 기대가 가득하기만 하다.
by 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