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 공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선 Apr 24. 2023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에세이 인기 분석

작가를 위한 분석 노트

책을 읽기까지

2018년 출간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첫 행보는 텀블벅이었다. 펀딩에서 책을 밀어주었던 독자들도 이 책이 이렇게까지 잘 되리라고는 아무도 (저자까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창 이 책이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릴 때도 나는 읽지 않았었다. 그 점에 대해 딱히 큰 이유는 없었다. 그때쯤 내가 독서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과, 에세이는 즐겨 읽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최근에 지인이 이 책이 한 기사를 공유해 주었다. 바로 이 책의 성공적인 수출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17개국 판권 계약/영국서 6개월 동안 10만 부 판매>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이쯤 되니 도대체 그토록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한 저자의 책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참을 수가 없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것일까. 여러 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제목 효과

책 제목이 다했다?


이 책이 많이 판매된 이유를 두고 '제목을 잘 지어서'라는 말을 한다. 동의하는 바이다. 단 한 문장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죽음 혹은 우울증 같은 무겁고 심오할 수 있는 주제가 '떡볶이'라는 단어 하나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을까? 너무 힘들어서 알릴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난 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대신 내가 직접 그런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나 여기 있다고 힘차게 손 흔들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자신과 비슷한 내 손짓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함께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이 제목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누구나 살면서 우울감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병명을 갖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어떤 감정 기복도 없이 평탄하고는 못할, 그래서 자신의 마음 컨디션을 떳떳하게 말하기 민망한 순간이 온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에 비해 나는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 (이를테면 떡볶이)를 먹고 나면 기분이 풀리기도 한다. 그래도 때때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아주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내가 먼저 드러내보겠습니다. 저 여깄습니다! 당신은 어때요?'


하지만 단순히 제목만 좋아서는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 독자를 사로잡은 매력들이 책을 읽으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독자 분석

우울감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


책 쓰기는 방법에 대한 글에서 독자 타깃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잡으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명확했다.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겪는 사람' 그런데 그 명확했던 타깃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우울감을 겪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재 사회에 살고 있다.




대중 심리

타인의 삶을 보고 싶은 욕구


몇 년 전 관찰 예능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지켜보기' 방식의 방송들이 즐비하다. 일상, 연애, 결혼, 심지어 이혼까지도 관찰 예능의 형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타인의 삶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 욕구가 좋은지는 모르겠느냐 끌리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런 포인트가 의도이든 아니든, 저자가 사람들의 관찰 욕구를 자극하고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성공했다.




대중 심리

남의 불행에 관심이 가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서전이나 자기 계발 서적에서 저자의 인생을 기록한 글들은 많다. 그런데 그런 책은 대부분 '저자의 성공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재밌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고 한다. 슬프게도 우리는 타인의 비극을 재밌어하는 신경을 갖고 있다. 결혼이나 연애 관찰 예능에서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인기를 끄는 요인도 이와 같다(한 예능에서는 이를 두고 '빌런 찾기'라고 명명 짖기도 하며). 그들의 삶을 보면서 '저 사람보다는 내가 낫다'라는 일말의 위안을 얻고 싶은 심리가 있다. 도덕적인 관례로 타인을 험담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마음속 일탈의 타당성을 얻는 순간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자신의 성공담이 아니라 '그저 그런 인생'을 들려준다. 독자는 그 속에 친근한 공감과 동시에 한 편의 위안을 얻게 되었다. 




저자

찌질하지만 응원하게 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정말로 죄송하지만) 인상이 찌푸려지는 구간들이 있었다. 타인의 아픔을 내 주관으로 판단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다. 다만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개운하지는 않다. 저자의 우울함과 자기 비난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겠다. 또 글에서 표현되는 저자의 피해의식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마치 친구의 끝나지 않는 하소연을 듣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런 감상 때문에 어떤 독자들은 책의 후기를 좋지 않게 남기기도 한다. 어쨌든 책에서 저자는 자신도 그런 모습들이 싫었는지 '찌질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 감상을 독자도 똑같이 느낄 테다. 분명한 것은 그래서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이 점이 묘한 매력이다.




저자

솔직해서 멋있다


에세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오픈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삶의 한 면모를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보게 된다. 그러면서 계속 호기심이 일어난다. 저자가 자신을 솔직하게 오픈하니 독자도 관심을 쏟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됐을까?'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솔직하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낄 것이다. 특히 자신의 치부와 찌질함을 풀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글을 써본 적 있지만 막상 공개하지 못한 적이 많다. 작가도 어쨌든 자신을 내세우는 직업이다.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칭찬을 받고 싶지 모멸감을 얻고 싶지 않다. 자신의 부족함을 노출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비난과 경멸을 감당할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자신을 솔직하게 오픈한 것은 대단하게 본다. 더욱이 우울증이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극적으로 신경 쓰는 상황에서 말이다.




글의 특징

내공 있는 글 실력


저자는 문예 창작과를 나왔고 출판사 재직 경력이 있다. 꾸준히 글을 쓰고, 글쓰기 모임을 참여한다고 했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표현했지만, 어쨌든 기본기가 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높다. 책이 쉽게 읽힌다. 콘셉트를 유지하고, 필요한 내용을 선정하고, 솔직하면서 빠르게 맥락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모든 부분이 내공 있는 글 실력이 기초가 되고 있다고 보인다. 저자가 책의 뒤편에 부록으로 수록한 짧은 에세이도 글이 좋다. 작가로서 열정과 오랜 시간 쌓은 내공이 기회를 만나 포텐이 터졌다. 




글의 특징

가르치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대다수의 책들은 정보 제공의 측면을 갖고 있다. 저자는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위에 놓이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로 그런 저자의 전문성을 인정함으로 책을 통해 듣는 메시지를 수긍한다. 다만 때때로 너무 가르치려고 하는 어투의 책에 대해서 독자들은 반발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게 되면서 독자와 동등한 위치로 내려왔다.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공감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상담 선생님의 답변이 있지만, 그 역시 저자에게 건네는 말로써 독자에게 직접 꽂히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으로 부담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매력

그래서 뭔가 신선한데?


위의 모든 특징들은 이 책이 신선하다는 감상평을 느끼게 했다. 내용적으로 성숙하지 않을지라도,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 매력은 저자가 자신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고, 독자의 위치로 낮아짐을 기꺼이 감수한 용기 속에서 찾는 차별화된 포인트다. 비슷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속에서 신선하다고 느끼는 책은 당연히 경쟁의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책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느낄 수 있을 만한 요지도 존재한다.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내용, 부족한 메시지, 뚜렷한 매듭 없이 끝나버리는 결론 등은 달가워하지 않을 만하다. 나도 '이 책을 분석하겠다'라는 목표가 있어서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그 목표가 없었으면 중간에 덮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 내용이 좋다/나쁘다는 주관적인 평가로만 판매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겠다. '베스트셀러, 수출 성공, 판매 성공' 같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분석한 대로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그 분석 요인을 토대로 봤을 때 이런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저자의 용기를 높이사고,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형식으로 기획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콘셉트를 맞췄다는 점에서 충분히 책의 성과를 인정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어>

같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가이드


쓰고 싶은 주제에 전문가가(경력이 있는) 아니라면 차라리 글의 분위기를 친근하게 접근한다.          

글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도록 한다.          

전문적인 글을 쓸 것이 아니라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          

'내 이야기'로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공감 갈 수 있는 맥락을 잡는다.          

나의 연약함이나 어려웠던 과도기를 솔직하게 오픈할 수 있다면 도전해 보자.           



조심해야 할 부분

자신의 모든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내다 보면 어떤 독자들은 그 약점을 빌미로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저자의 글을 비하할 수 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저자는 자신의 우울한 감상을 전할 때 독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대다수의 독자는 책을 읽고 힘을 얻고 싶길 원한다. 저자의 어두운 내면과 암울한 생각을 전이시키게 된다면 그만큼 좋지 않은 평가를 얻게 될 수 있다. 또한 가르치는 입장의 책이 아니더라도 저자는 어쨌든 자신이 쓰는 내용에 있어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직업적인 전문가를 지칭하지 않는다. 주제를 풀어내는 글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에 대한 내용의 깊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