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각오 하나쯤은

by 양진건


의 각오라 하니 무언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오해할 듯 싶다. 나름대로 봄을 맞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해서 정리를 해보고자 함이다. 우선 올 봄부터는 무엇보다 먹는 것을 과감하게 줄이고자 한다. 건강을 위해서기 보다는 매사 하는 일에 비해 먹는게 많은 것이 낯 뜨거워서 그렇다.

성경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라는 말도 있지만 하는 일도 없이 먹는게 많아지는 나날이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남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심지어는 그 대접을 당연시 하는 일조차 있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올 봄부터는 과감하게 일하는 만큼만 먹고자 한다.

추사 김정희를 모델로 충청남도에서는 <추사밥상>이라는 상품을 개발했는데 내가 보기에 지나치게 화려하다. 정작 추사는 노규황량 (露葵黃梁)이라고 소박한 밥상을 고집했던 분이다. "남쪽 밭에서 아침마다 이슬진 아욱을 꺽고(南園露葵朝折), 동쪽 골짜기선 밤마다 누런 조를 찧네(東谷黃梁夜春)"라는 시를 다산 정약용선생이 짓자 추사가 이에 동조하여 썼다는 노규황량 (露葵黃梁)의 정신이 충남의 <추사밥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규황량을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의 정신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정작 다산이나 추사만큼 밤을 밝혀 일을 많이 했던 사람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조차도 먹기를 자제하였는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무엇을 하였기에, 무엇을 하기에 회식이니, 만찬이니, 조찬이니 그 많고 많은 먹는자리들을 당연시하고 순회하는 것인가.

그래서 올 봄부터는 대접받는 자리에는 절대로 참석하지 않으련다. 그것이 아무리 소박한 자리라 하더라도 내가 한 일의 , 내가 흘린 땀의 대가가 아니라면 절대로 참석하지 않겠다. 그러기에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서 일을 더 많이 하고, 땀을 더 많이 흘리겠다. 밤을 하얗게 밝혀 많이 쓰고, 많이 읽을 것이며 그리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하겠다. 그래서 노규황량의 풍성한 밥상 앞에 당당히 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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