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요가를 합니다. 이러기를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제 수준은 기껏 스트레칭 정도입니다. 함께 요가를 하는 아주머니들은 매일 밤 식초를 복용하는지, 요가 전용 약제를 따로 복용하는지 그 자세가 장난 아닙니다.
꼰 다리를 또 꼬고, 비튼 몸을 또 비트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놀라움을 넘어 엽기적이기 까지 합니다. 그에 비해 제 자세는 세월이 흘러도 영 엉망이지만 머리서기만은 그 중 나은 편입니다. 순전히 머리가 큰 탓입니다.
어떻든 불편한 몸을 푸는 데는 이만한 운동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요가예찬론자라고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제가 할 줄 아는 것이 이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가는 제 나름의 의례(ritual)가 된지 오래입니다. 오늘도 요가를 부지런히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1시간 정도 요가를 하고 나면 그 길로 사우나를 갑니다. 사우나야말로 대부분 한국남자들의 대표적인 의례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사우나에서 모든 업무를 다 보는 남자들도 많지만 저는 30분정도 머뭅니다.
가끔 불난 집에 물 나르듯 부지런히 냉온탕을 오가는 사람 때문에 정신이 사나울 때도 있지만 아침 사우나는 물도 깨끗하고 한적해서 좋습니다. 특히 새벽 냉탕에 들어가 있으면 정화되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침 사우나 멤버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늘 수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적나라하게 발가벗고 인사를 나누는 남자들의 풍경을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볼만 합니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사우나 밖에서 만나면 누군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그 가운데 고위공직에서 퇴직한 분과 가까이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머리칼도 별로 남지않았는데 한올 한올 매일 머리를 빗는 그 분의 정성을 보면 기가 질릴 정도입니다. 아마도 평생을 그런 정성으로 살아오셨음이 분명합니다. 저는 도대체 그러질 못합니다. 얼굴에 바르는 것도 대충인데 어떤 남자들은 무엇을 바르는지 서너개의 병을 열고 닫고 합니다. 매일 매일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로부터 무엇이든 의례가 되려면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간혹 일이 생겨 늦게 사우나를 가면 탕에 가득 호랑이와 독수리들이 날아다니던가 기어다니곤 합니다. 깍두기 머리를 한 사람들이 소중히 키우는 그 동물들은 모두 짙은 푸른 색입니다.
때로는 무적(無敵)이니 필사(必死)니 하는 의미심장한 글자들을 팔이나 다리에 새기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평소에도 한자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는 게 확실합니다. 아무리 호랑이와 독수리가 귀하다 하더라도 사우나에서 까지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일찍 다녀옵니다. 오늘도 사우나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요가와 사우나는 글쓰기만큼이나 중요한 저의 새벽 의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제게 소중하고 그래서 저는 더 정성을 기울입니다. 사우나가 끝나서 나올 무렵에 주차장에서 요구르트를 파는 키 작고 예쁜 아줌마에게 요구르트는 사먹는 재미는 아직은 의례가 안되었지만 그 역시 정성을 들여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