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의 강

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by 양진건



회갑의 강


회갑을 맞은 친구를 보며 가슴 메이는 것은

그것을 넘기지 못했던 부친 생각 때문일까

그래서 모친의 회갑마저 외면해서 그랬을까

요즘 누가 회갑을 챙기느냐고

예전처럼 촌스런 잔치를 누가 벌이냐고 하지

그러나 사람이 사람에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강을 이룰 때

물살이 후회를 이루고 밤잠을 지나 흐른다.

그러다가 친구 덕분에 나도 회갑인 것을 알게 되니

왜 그리도 어색한 것은 무엇 때문 일까

친구는 한 세상을 유장하게 살아서

가족이나 이웃에 수려한 강이 되었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흐르지 못하는 형편인데

늘 인색하고 짧기만 한 나도

사람들 기억 사이로 물길을 틀 수 있을까

이제 육십갑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

기쁘게 출렁거리는 친구의 큰 강에 섞여

나도, 남은 생은 내 물결을 맑고 크게 할 수 있을까

싱싱한 강물인 친구는 내 물살을 알아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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