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양진건
네가 없는 산책길에
네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오랜만에 그리워 하는 동안
나무, 나무들마다
내 가슴에 제 몸을 기댄다.
네가 없는 산책길에
너와 걸을 것처럼
내 옆을 비우고
오랜만에 그리워 하는 동안
꽃, 꽃들마다
내 가슴에 제 살을 연다.
모든 나무, 나무가 너였다가
모든 꽃, 꽃이 너였다가
분명 너였다가
아니었다가
사랑하던 이여
홀로 걷는 일처럼 외로움도 있을까
오늘 홀로 걷는 사람은
내일도 홀로 걸을 테지만
오랜만에 그리워 하는 동안
네가 다시 돌아온다.
나무처럼 너는 내게 기대고
꽃처럼 너는 내게 살을 열고
마침내 네가 다시 돌아온다.
네가 없는 산책길에
오랜만에 그리워 하는 동안
어느샌가
너는 나에게로 오고
나도 너에게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