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곳에서
양진건
너 없는 곳에서
네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르겠지만 네가 듣기라도 할 것처럼
두 손 모아 너를 불러본다.
지금도 꿈같은 사람아
그리움의 끝까지 불러도
그러나 너는 희미하고
묵은 실밥처럼 자취도 엷지만
오래된 네 방은 내 안에 있기에
저만치 너를 부르니
어떻게 견뎌내는지
울음을 흔들며 답이라도 할 것처럼
물오르는 수천가지 나무 끝처럼
네가 없는 곳마다
아, 네가 있구나.
아득한 사람아
너는 분명 없는데도 있구나.
그때 입술의 기억처럼
끝내 없지만 기어코 있구나.
그러니까 별 볼일 없는 삶이라지만
모든 날이 별이 뜨고 바람 불어
결국 너를 기다리는 생이구나.
그래서 네 방문을 벌컥 열어도
정녕 너는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