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파멸을

by 양진건

꽃보다 파멸을


양진건


꽃처럼 곱다고 너에게

살며시 말 건넨 적도 있지만

가지 끝에서 언제까지나 견디려는지

끝내 허공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이제는 꽃보다 파멸을


지는 자리도

꽃 무게를 견디던 가지들 아래 거나

가지를 밀어 꽃을 피게 한 뿌리들 위거나

그곳도 아니고

하염없이 허공 중에서

그저 그렇게 어딘가로 사라지기에

이제는 꽃보다 파국을


애초 너에게 가는 길이 그랬다.

왜 우린 그렇게 늘 달아났던 것인지

언제라도 위태했으니

그것은 도망이 아니고

더욱이 소멸도 아니었으니

부단한 파멸과 파국은

꽃의 진정한 시간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