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진건 Aug 29. 2020

2. 면역력이 강한 너이길

이제 곧 만나게 될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

네가 태어난 이후에는 당연히 코로나19가 박멸되리라 믿는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한 해는 거의 공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14세기 유럽에서 7500만에서 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사상 최악의 범유행이었던 흑사병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지.     


그러나 그때와 달리 백신이 조만간 개발 되리라 믿고 있다. 그래서 보건 당국의 지침대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시기를 잘 견디고 있는 중이란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아 솔직히 걱정이구나.     

그래서 방역 당국에서는 어디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니 따를 수밖엔 없구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톨 위고는 "외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으려고 옷들을 자물쇠로 채웠으며 마치 감옥 속에서처럼 소설에 몰입했다. 그때부터 식사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상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이라는 소설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이지.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볼 때 이 정도는 해야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짜증도 나고 겁도 나는 것이 사실이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이럴 때 "자발적 유배"를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자발적 유배인이 되어보자는 말이다. 자발적 유배는 단순히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개인적 면역력을 키우는 일을 뜻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성공적인 유배인들처럼 몰입의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공을 키워할 것이다.

개인적 면역력을 키우는 이 곧 사회적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슬라보이 지제크라는 철학자가 말하길 "우리의 삶은 거리두기와 격리 속에서 정지 상태를 맞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그때 급진적 변화가 진행되었다."고 했다.     


성공적인 유배인 추사 김정희의 삶은 절도안치(絶島安置)와 위리안치(圍籬安置) 속에서 정지 상태를 맞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그때 추사체(秋史體)라는 급진적 변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금방 끝날줄 알았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마치 유배기간이 길어지는 기분이다. 이럴수록 적응력과 만족감을 높이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빅톨 위고는 오전엔 소설쓰기, 오후엔 집 꾸미기로 17년간의 유배생활을 견뎠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대하소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이고 박물관이나 다를 바 없는 "오트빌하우스(Hauteville House)"였지.


코로나 사태가 빅톨 위고의 유배 기간처럼 17년은 갈 것 같다는 마음으로 자발적 유배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급증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심리 전염'을 막기 위한 ‘마음의 방역’이 중요하겠지.   

   

영화 "카모메식당(2006)"을 보면 핀란드 사람들이 여유 있는 이유가 "숲"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마사코가 홀로 숲을 배회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18년 동안 다산 정약용의 불안한 유배생활을 도와준 것도 다산초당과 백련사 간의 숲길이었다. '마음의 방역'을 위해 '나 홀로 숲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구나.


콩고가 농토를 만들기 위해 숲을 밀자 과일박쥐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어 박쥐들이 사람들의 거주지로 이동하면서 생긴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였다고 한다.      

숲이 사라질수록 신종 바이러스들이 창궐한다고 한다는구나.


숲은 오묘한 힘을 갖고 있다.


추사 김정희도 "예부터 산과 숲은 병을 고치는 곳(由來山澤能藏疾)"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배 중에도 한라산을 오르곤 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계속 발생될 신종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백신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 숲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마을의 좋은 기운을 보호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마을 숲을 조성해왔다. 이런 지혜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너는 누구보다 개인적인 면역력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적응력과 만족감을 높이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인생을 살기 바란다.


그리고 누구보다 숲을 사랑하고 숲과 함께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네가 태어날 날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