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11월이면 돌아오는 방어처럼
다음 생은
그대의 연안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어느 난바다에서
큰 아가미로 숨 내뱉으며
외양의 해류를 거칠게 거슬러 올라가
그대의 연안에 표착하고 싶어라.
연안, 어떤 곳에도 닿지 못해보고
지거나 망하거나 죽거나 하여
그렇게 없어지는 사멸회유어가 아니라
고위도에서 저위도 해역을,
쿠로시오와 쓰시마 난류를 힘차게
등지느러미만으로 물리치며 돌아온,
맑고 큰 눈망울의 방어처럼
태풍 몰아치는 외양에서
어떤 설움으로 혹은 어떤 기쁨으로
나 또한 그대의 연안에
분명히 돌아가고 싶어라.
돌아와 그대의 만찬에 붉은 살을
기꺼이 내줄 수 있다면
내 다음 생은 행운이거나
분명 행복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