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점주인이 되었습니다

- 연남동 작은 책방 : <드로잉북 리스본> 이야기

by 서점 리스본

20년, 방송작가로 살았습니다. 종종 책을 내기도 했죠. 주로 코피스 족이었습니다. 집과 일하는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죠. 집에서는 거의 침대에 누워 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를 하고 동네 카페를 전전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편이라 대부분 그 날의 첫 카페는 스타벅스였습니다. 스타벅스가 문을 여는 아침 7시만을 기다리며 집안을 서성이곤 했죠. 아침 프로그램을 할 때는 새벽 일찍 출근했다가 11시쯤 퇴근을 해서 좋아하는 홍대 카페들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커피가 나오면 일단 30분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머리 속의 먼지가 가라앉으면 라디오 원고가 아닌 책의 원고를 쓰곤 했었는데. 문제는 코피스족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슬슬 카페 주인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면 노트북을 싸들고 다른 카페로 자리를 옮겼지요. 신문엔 '사무실과 카페를 구분하지 못하고 몇 시간씩 눌러앉아 일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카페 주인의 슬픈 이야기'들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눈치가 보여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일하다 고단하면 침대에 가서 누울 수 있어 좋았는데 문제는 잠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 미술 수업. 미술 선생이며 친구인 SJ에게 물었죠. "우리 작업실 낼까? 월세 반반씩 내고." 1초도 안 걸려서 "오케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둘다 행동력이 좋은 편이라 바로 그 다음날부터 적당한 곳을 알아봤고 놀랍게도 우연히 들어간 동네 부동산에서 저렴한 가격의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층이고 엘리베이터도 없었지만 집에서 1분 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 열고 몇 발자국 걸어 3층까지 걸어 올라오면 끝! 머리와 손가락은 빠르지만 몸이 느린 저였으니까요. 문제는 2주 뒤 이사하는 날 발생했습니다. 사실 문제랄 것도 없는 것이 오래 바라던 일이 일어난 것이었죠. 같이 작업실을 쓰기로 한 친구가 아이를 가진 것입니다. 오래 아이를 소망했는데 그토록 오지 않던 아이가 '작업실을 내자!'라고 하자마자 '나 태어날래요.'라며 엄마 뱃속에 자리를 잡은 거죠. 그리하여 혼자 작업실을 쓰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노산이라 의사가 출산 때까지 최대한 누워 있을 것을 명령했거든요.

6평 작업실. 절반이 비었습니다. 새로운 동료를 찾을까? 마음이 안 맞으면 어쩌지? 고민하던 저에게 같이 책 작업을 하던 편집자가 말했습니다. "책장도 비었는데, 서점을 합시다! 서점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제가 도울게요." 그제야 떠올랐습니다. 내 어릴 때 꿈이 서점 주인이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