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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r 26. 2024

날짜를 적는 일

하루의 특별 의식

매일 아침 날짜를 적는 일.

참 무심하고 사소해 보이는 이 일이 나에게는 특별한 의식같이 느껴지곤 한다.


오늘이 특히나 그랬다.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오늘이 지나면, 2024년 3월 26일 화요일은 다시 오지 않는구나.

하나님께서 딱 한번만 내게 선물하신 날이구나.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고,

과거에 매여있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고,

결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앞으로 내가 더 살수 있는 시간을 알 수가 없으니, 

어쩌면, 그렇게 살아던 시간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보다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늘을 살다보면 매 순간을 꾹꾹 눌러담아 최고의 순간으로 살게 되진 않는다.

반짝 반짝 빛나는 미소만으로, 사랑만으로, 믿음만으로 살게 되지도 않는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가려는 최선이 어느 때는 지치고 힘겨워서,

감사의 마음조차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게으름과 나태의 시간들을 내 일상과 적절히 타협하며 살다보면

어느새  그것은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벌써 2025년이 되었네, 이리 될 모양새다.


그래서 나는 루틴에 의존한다.

그래, '의존한다'는 표현이 맞다.


루틴은 단지 반복되는 습관이 아니라, 

내 하루를 지켜내는 중심이 된다. 

적어도 최소한의 소중한 일들은 잃지 않게 나를 붙들어 주는.


매일 아침마다 다이어리에 굳이 날짜를 또박또박 쓰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오늘의 날짜를 쓰는 그 짧은 시간에 감사와 기도가 충만하다.

마음 속에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는 기분이다.


이번 주면 3월이 끝난다. 

2024년 1분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더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날짜를 적어 내려가야 겠다. 

아니, 그렇게 적어 내려가야 한다.


                                                                            (그림 : 소리 by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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